“견디기 힘들었다” 귀향한 박근혜, 대구서 되찾은 ‘미소’

“견디기 힘들었다” 귀향한 박근혜, 대구서 되찾은 ‘미소’

아침 일찍부터 지지자들로 북새통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대구 사저로
소주병 날아와도 “그때 그 시절 참 그립다”

기사승인 2022-03-24 14:15:22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삼성병원에서 퇴원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 절차를 밟은 지 83일 만에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보낸 시간을 회고하며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때로 다시 돌아갈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후 12시15분쯤 대구 달성군 사저 앞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 5년의 시간은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며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운을 띄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 이곳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주시겠다는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사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대구 시민을 향한 감사함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인 1998년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 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라며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거쳐서 대통령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때로 다시 돌아갈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다. 그래서 달성군의 흙속에 저의 발자국도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저에는 오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사저 주변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달성군이 마련한 주차장(500여대)도 금방 찼다. 지지자들은 태극기·풍선을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의 귀향을 반겼다. 사저 앞 도로변에는 화환 행렬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도 걸렸다. 

박 전 대통령 도착 후 소주병이 날아들어 행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경호인력은 박 전 대통령을 둘러쌌다. 경찰은 소주병을 투척한 30대 남성을 폭행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삼성병원에서 퇴원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휠체어 등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병원문을 걸어 나왔다. 병원 앞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며 밝게 웃음 짓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상태였지만 눈가에 미소가 서려있었다. 옆자리는 유영하 변호사가 지켰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재진들에게 짧은 인사말을 전하는 동안에도 지지자들의 환호성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는 태극기를 흔들며 “고생했다”, “사랑한다” 등의 응원을 쏟아냈다. 

친박계 인사들도 대거 마중나와 박 전 대통령을 반겼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정복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민경욱 전 의원 등이다. 현역 국민의힘 정치인 중에서는 김재원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 윤주경 의원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많이 회복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많이 염려를 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어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 의료진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육성으로 발언한 건 구속 이후 처음이다.

향후 거취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첫 대국민 메시지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차량에 탑승한 뒤 곧바로 부친과 모친의 묘역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지지 물결은 현충원에서도 이어졌다. 일찍이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진을 친 상태였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하십시오” 등 피켓을 든 이들도 여러 명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오전 9시쯤 모습을 드러내자 격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미소를 보인 후 묘소로 향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탄핵 무효”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 전 대통령은 부모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에서 5분 가량의 헌화와 묵념 시간을 포함해 총 8분 가량을 머물렀다. 이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된 자택으로 출발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31일 국정 농단으로 구속됐다. 수감 중이던 그는 지난해 11월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12월24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이 결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12월31일 0시 법무부로부터 사면증을 교부받고 약 4년 9개월 만(1737일)에 석방됐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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