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하면 그만? 감치 소송에 가로막힌 양육비 이행

위장전입하면 그만? 감치 소송에 가로막힌 양육비 이행

기사승인 2022-03-27 19:27:09
양육비 미지급 문제.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양육비 이행이 ‘감치 소송’의 벽에 가로막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육비단체는 감치 소송 관련 가정법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는 25일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양해연은 “법 개정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던 수많은 양육자들이 자녀 생존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면서 “양육자들이 품었던 기대는 희망고문으로 변했다. 개정법은 감치 판결을 반드시 받도록 했고 이는 판사 재량에 맡겨져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를 미지급한 채무자에게 운전면허정지, 출국금지,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재는 감치 판결을 받은 후에도 양육비를 미지급한 채무자에게만 해당한다. 

감치는 일정기간 구치소 또는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두는 처벌을 뜻한다.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고 90일 이상 돈을 주지 않는 경우, 채무자에게 최대 30일까지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 채권자의 요청으로 가정법원에서 소송을 진행, 감치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는 감치 소송 과정이 지난하고 인용 판결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육비 채무자가 위장전입, 잠적 등으로 우편 송달을 거부하면 재판 진행이 어려워진다. 어렵게 감치 명령을 받아내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감치 집행을 위해 위장전입한 양육비 채권자의 실거주지로 경찰서 이관을 신청해야 한다. 일부 법원에서는 이를 기각하고 있다. 양육비 채권자가 잠적한 채무자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드러냈다는 이유 등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휘말리기도 한다. 

사단법인 양해연은 지난 25일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감치소송 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양해연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은 가정법원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딸을 15년째 홀로 양육해온 양육비 채권자 A씨는 지난해 5월 감치 집행을 신청했다. 그러나 감치 소송 서류는 매번 폐문부재로 반송됐다. 쌓이는 송달료도 부담이었다. 재판은 5개월만에 공시송달로 진행됐다. 공시송달은 송달을 실시할 수 없을 때 송달받을 자가 나타나면 교부한다는 내용을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을 말한다. 긴 기다림 끝에 재판이 진행됐으나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신청인이 이행명령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감치 명령은 기각됐다. 

A씨는 “부산과 성남가정법원 등에서도 제 사례와 같이 공시송달로 감치 재판이 진행됐지만 인용 판결이 내려졌다”면서 “결국 감치 인용과 기각은 판사의 재량이다. 모든 가정법원은 법과 양심에 따라 일관성 있는 판결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두 아이를 홀로 양육하고 있다는 남성은 “전처는 감치 신청에도 폐문부재 4회, 수취인불명 3회, 위장전입 등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교묘하게 빠져나갔다”면서 “어렵게 감치 판결을 받았지만 법원에서 판결받은 경찰서 관할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의 감치 집행은 사실상 어려웠다. 다시 처음부터 소송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악의적으로 법원 송달을 피하고 위장전입, 감치 집행까지 피할 수 없도록 가정법원의 변화와 법 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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