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단체와 연일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대표 발언의 사회적 영향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대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에는 전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인권위에게 “이준석 대표 발언의 부적절성, 혐오·차별에 문제가 있는지 포괄적으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안은자 인권위 조사1과장이 “이준석 대표 발언 이후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혐오나 차별이 있는지 돌아가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인권위에서 이준석이 장애인 혐오를 했다고 말하지 못하니, 사회적 영향을 밝히겠다고 한다. 기대하겠다”며 불쾌감을 표한 뒤 “신속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배우자이자 지난 3월9일 종로에 출마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겸 여성본부장이 얼마 전까지 인권위에서 인권위원을 했다”라는 점을 상기시킨 후 “(배 전 인권위원과) 관계가 있는 분들은 알아서 이번 사안에서 회피해 달라”고 했다. 이는 인권위가 정파적·사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 등 인권위 관계자들은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을 찾아 전장연 측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전장연은 과거 장애인 인권 관련 인권위 권고사항 이행 여부, 이 대표 발언의 부적절성과 이에 따른 혐오 차별의 문제에 대한 인권위 입장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요구사항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인권위가 이동권 관련 권고는 여러번 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점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권위가 다시 한번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연일 전장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5일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로 시작된 전장연과 이 대표 간 공방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는 ‘불법 시위’, ‘시민 볼모’ 등의 표현을 동원해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를 비난했고 전장연은 사과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방식 등을 놓고 다음주 TV공개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