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벌어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만 남기고 사건 현장을 벗어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현장에 가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했다”며 분노했다.
피해자 측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일 현장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범행 현장을 향해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피해자 남편 A씨와 반대로 경찰들이 빌라 밖으로 나가는 모습, 열린 1층 자동 현관문이 다시 닫히기까지 시간이 있었는데도 한동안 들어가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또 사건 당시 건물 밖으로 나온 B 전 순경이 C 전 경위에게 피해자가 목에 흉기를 찌르는 듯한 범행 장면을 묘사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피해자 남편이 건물 밖에서 C 전 경위와 대화를 나누다 비명을 듣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간 시각은 오후 5시 4분. 두 경찰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건물에 들어간 건 5시 7분으로, 현장 코 앞에 있었음에도 약 4분이 흘러서야 범행 현장에 진입한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범인을 제압하는데 경찰관들이 도운 사실이 없다”며 “칼부림이 나니 건물 2·3층 사이에서 대기하다가 내가 범인을 기절시킨 뒤 조용해지니 올라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가족 측은 C 전 경위에게 범행 장면을 여러차례 묘사하는 영상 속 모습을 근거로 B 전 순경이 그동안 정신적 충격으로 범행 현장이 기억 안난다고 해명해온 것이 거짓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당시 현장에 있던 C 전 순경은 보디캠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현장 출동 경찰이 사건 현장 상황이 기록된 영상을 스스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 측은 보디캠이 사건 당일 촬영되지 않고 있었고 삭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분노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제 2조를 들며 “인천 층간소음 출동 경찰은 무엇을 했나. 피해자 가족에게 손해배상하고 무릎꿇고 빌어라”고 꼬집었다. 경직법 제2조(직무의 범위)는 경찰관의 직무 수행을 담았으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범죄피해자 보호 등을 규정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영상을 보는데 너무 화난다” “이런 식이라면 경찰이 왜 필요한가” “피해자 가족만 불쌍하다” “일반 시민보다 못한 경찰” “열심히 일하는 경찰까지 욕 먹게 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15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이다.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린 A씨의 부인은 최근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딸도 얼굴과 등을 다쳤다.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이던 경찰관 2명은 부실대응 논란이 일자 해임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