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저도, 신비의 섬에 봄바람이 분다 [여기어때]

거제 저도, 신비의 섬에 봄바람이 분다 [여기어때]

기사승인 2022-04-13 14:58:01
거제 저도는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 휴가지이다.

2019년 9월 17일부터 시범개방을 통해 47년 만에 관광객들의 출입이 가능해졌지만, 군사시설이자 대통령 경호 유관시설인 탓에 제한사항이 많았다.


지난해 저도 방문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 결과, 대통령 별장 등 접근제한구역 개방과 까다로운 입도절차 개선에 대한 요구가 대다수였으며, 관광자원화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한사항이 필연적인 거제 저도의 변화는 민관군협의체인 저도상생협의체를 통해 이뤄지며, 그동안 입도객 증원, 정비기간 단축 등 관광객 편의증진과 관광자원으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의제들을 다뤘다.

특히, 올해 2월 결정된 대통령별장 외곽관람 허용과 당일입도에 이르기까지는 기관 간 입장차이 등으로 다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로 인해 거제 저도는 관광지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오랫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탓(?)에 잘 보존된 자연자원과 일본군 잔존유적, 그리고 현직 대통령의 휴가지라는 대체불가의 매력을 가진 곳이다.

거제 저도는 장목항과 궁농항에서 유람선을 통해 입도가 가능하다. 유람선 부두에 첫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연리지정원이다.

봄이면 드넓은 연리지정원에서 만개한 벚꽃과 산책 나온 사슴가족을 만날 수 있으며, 여름이면 싱그러운 초록을, 초가을에는 붉은 배롱나무 꽃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올해 2월부터 개방된 대통령 별장 외곽 산책로의 별장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관광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해군 함정이 정박된 부두를 지나면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를 주제로 한 병풍 모양의 조형물도 2월 설치가 완료되어, 관광객에게 의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저도 탐방의 본격적인 시작인 계단구간을 오르면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뻗은 전망대에 도착한다. 3개의 원형공간이 절벽을 향해 층층이 겹쳐진 형태의 전망대 끝자락에선 거가대교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요즘 말하는 인생 샷 명소로 손꼽힐 만하다.



이윽고 해변을 따라 조성된 동백길 구간과 삼나무 길을 걷다 보면 100년 이상 자리를 지키는 일본군 막사와 만나게 된다. 러일전쟁 발발 이후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막사 주변에는 우물과 빨래터가 남아있으며, 외곽이 잘 보존되어 있다.

곰솔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탐방 구간을 따라 저도 포진지와 탄약고로 발길을 옮긴다. 1936년 지심도 포대가 구축되기 전까지 가덕수로를 엄호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올해 3월 완료된 마사토 포장길을 따라 곰솔나무 군락과 판근이 아름답게 발달한 푸조나무, 인터체인지처럼 가지가 굽은 나무 등 저도의 식생을 눈에 담고 걷다보면 거대한 곰솔나무를 만나게 된다.


수령이 400여년으로 추정되는 곰솔의 30m에 달하는 늘씬한 수고, 3.4m 정도의 거대한 줄기는 말문을 잃게 한다. 신령스러운 곰솔나무 주위로는 소원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방문객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탐방의 마지막 구간에 다다르면 걷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아왜나무 길을 지나면 사랑과 화합을 나타내는 저도의 상징, 연리지나무를 볼 수 있다. 활엽수인 말채나무가 침엽수인 소나무를 안고 있는 형상이 하트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연을 만끽하며 걷다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버렸고, 연리지정원을 따라 유람선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거제=최일생 기자 k7554@kukinews.com
최일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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