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의 꿈 [친절한 쿡기자]

네이버·카카오의 꿈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2-04-14 06:00:16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미래 이니셔티브 센터장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가 2013년 모 언론과 나눈 대화가 흥미롭습니다. 당시 그는 10년 뒤 이루고 싶은 꿈을 ‘학문과 사회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요. ‘우문현답’입니다. 인터뷰 이전부터 그는 국내 최고 대학 교수면서, 학계 저명인사였습니다. 거의 10년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공직 경험도 있는 그는 평판으로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조만간 산업정책 수장이 될 테니 꿈을 넘어섰다고 해도 무방하네요.

이 내정자 말고도 인터뷰이가 더 있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미래 이니셔티브 센터장인데요. 각각 NHN 이사회 의장, 카카오 이사회 의장 신분으로 동일한 질문을 받았었습니다.

답변을 옮기자면 이해진 전 의장은 ‘정보기술(IT)이라는 곳은 워낙 변화가 빠르고 치열하고 젊은 감각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 열심히 뛰고 있는 열정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범수 전 의장은 ‘스마트폰 혁신으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모바일 라이프를 즐기고 자신의 재능을 통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했는데요.

두 ‘도전하는 경제인’이 그리는 미래 자화상은 비슷했습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이 만든 회사 성장을 지켜보며 각자 위치에서 일조하겠다는 건데요. 이해진 GIO는 현재 유럽과 북미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범수 센터장은 카카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내정자는 꿈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해진 GIO와 김범수 센터장이 꿈을 이뤘다고 말하기엔 이릅니다. ‘글로벌’ 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어서인데요. 네이버는 13일 비대면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3.0’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5년 내 해외 이용자 10억명 확보, 매출 15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는데요. 자사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일본과 북미,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이해진 GIO 역할이 커질 전망입니다.

최근 이사진을 교체한 카카오도 해외 사업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일본을 중심으로 콘텐츠·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을 키울 계획인데요. 김범수 센터장도 실무진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전사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 “카카오 공동체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 중심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고 한 바 있습니다. 두 사람 활약이 기대됩니다.

기업은 환경 영향을 받습니다. 바로 규제 얘기인데요. 규제 때문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김범수 전 의장도 10년 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국 사회가 개선할 점으로 ‘전 국민 스마트폰 시대에 적합한 제도적, 법률적 개선’을 꼽았습니다. 규제는 기업을 견제하지만 때론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최수진 현 네이버 대표도 간담회에서 신사업이나 서비스를 위한 ‘환경’을 강조했는데요. 규제 개선은 네이버와 카카오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업계 전체 숙원입니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규제 개선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여전히 시장이 틀 안에 갇혀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다행인건 이 내정자가 업계 이해도가 높은 ‘친 시장주의자’라는 점인데요. 그래서인지 산업계가 기대하는 바도 큽니다. 이 내정자는 지난 1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파트너로서 소통하고 규제를 혁파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기술혁신 지원으로 우리 산업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짐처럼 묵은 규제를 벗겨내 기업이 숨 쉬고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데 앞장서길 바라봅니다. 이해진과 김범수, 네이버와 카카오,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계 꿈이 이 내정자에게 달려있습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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