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발 파업결의, 게임업계 미칠 파급력은?

웹젠 발 파업결의, 게임업계 미칠 파급력은?

기사승인 2022-04-18 14:28:54
웹젠 판교 사옥.   사진=박효상 기자

웹젠 노동조합 웹젠지회가 오는 5월 2일 파업 단행을 예고했다. 파업이 진행된다면 이는 게임업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웹젠 발 파업 결의가 한국 게임업계에 어떤 파급력을 보일지 주목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 위원회 웹젠지회는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웹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국 게임업계 최초 파업을 예고했다. 이날 행사에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등 노조가 함께 참석했다.

이번 쟁점의 핵심은 ‘연봉’이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는 기본급, 인센티브 및 특별 성과급을 포함해 직원 평균 연봉을 2000만원가량 상향한다고 사내 고지했다. 김 대표는 “올해 예년 대비 연봉의 전사 인상 재원을 크게 상향하고 개별 상승률은 다소 차이를 두기로 했다”며 “개별 상승률은 개인의 직무, 역량, 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조직원 사이에서 반발이 발생했다. 저연차 직원들은 사실상 연봉 인상폭이 적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이를 ‘평균의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액만 보면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직원 대부분의 임금 인상은 100만원 단위에 불과했다는 것. 이에 직원들은 소수의 임직원에게만 성과가 몰렸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4월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는 올해 일괄 1000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평균 10% 인상을 제시했다.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며 노조는 평균 16% 인상에 일시금 200만 원이라는 타협안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측은 중간평가(B등급) 이상을 받은 직원에게만 200만 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측은 김태영 대표이사의 ‘불통’ 행보로 인해 임금교섭 결렬 및 파업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법적인 절차는 모두 끝났으며, 이제 남은 것은 각오와 의지뿐”이라며 “노동자의 날 조합원과 함께 결의를 다지고 오는 5월 2일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웹젠지회가 예정대로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시작한다면,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식적으로 노조가 있는 게임사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엑스엘게임사까지 4개 사다. 이들은 네이버, 카카오, 포스코ICT, 한글과컴퓨터 지회 등 화섬노조 소속으로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노형호 웹젠지회장.   사진=박효상 기자

기자회견 이후 노영호 웹젠지회장은 “넥슨·카카오·스마일게이트 등 IT지회장 들이 자리에 함께했는데 연대에 대한 계획은 있냐”는 질문에 “우선은 웹젠지회가 본격적으로 파업쟁의를 시작한 뒤에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면서도 “웹젠을 비롯한 저희 민주노총 화섬노조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는데, 이길 때까지 결의를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파업 시작 전에 노사 대화가 끝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모두 결의했다”면서 “저희는 파업에 참여하실 분들을 계속 독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업계 종사자 평균 연봉도 높아졌다. 하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몇몇 대형 게임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는 아직도 이전의 임금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례가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수찬 넥슨지회장 겸 웹젠지회 교섭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배수찬 넥슨지회장 겸 웹젠지회 교섭대표는 “이번 일은 단순히 한 회사의 직원들이 처우에 불만을 품고 일어난 이슈로만 보기 어렵다”면서 “노동조합 교섭 사례를 통틀어도 순수 임금 문제로 파업까지 이르는 일을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파업은 폭발적인 성공을 보여준 게임업계에서 ‘깜깜이 연봉협상’이 가져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가 처음 출범한 이후 조금씩 게임사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만약 웹젠지회가 최초 파업을 시작한다면 아직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게임사 조직원들도 동요가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특히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게임사의 경우 이러한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대적인 IT업계 연봉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가운데, 웹젠발 파업 결정이 기업에 부담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들의 처우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몇몇 게임사 가운데는 연봉인상 이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IT노조의 집단 행동 움직임이 감지된다면 중소 규모의 게임사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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