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십 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여성들이 있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삶의 큰 줄기는 닮았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았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양보했다. 집에 보탬이 되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운 좋게 공부해 직장을 구해도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됐다.
한숨 돌릴까 싶더니 아이가 태어났다.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자식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시부모님도 수십 년간 지극정성으로 봉양했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며느리로 불리며 헌신했다. 집안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이 자식들은 훌쩍 커버렸다. 정신 차려보니 “할머니”라고 부르며 배시시 웃는 손주가 생겼다.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지만, 그들에게도 청춘이 있었다. 젊은 시절 예쁜 이름이 있었다. 아름다운 로맨스를 꿈꿨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이루고 싶은 수많은 꿈이 있었다.
전쟁부터 산업화, 민주화운동,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까지. 이들이 지나쳐 온 삶에는 희로애락이 묻어있다. 때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민하고, 실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견디며 인생을 살아왔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으며 중년이 된 여성들. ‘스무 살의 나’에게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주고 싶다. 그녀들이 건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스무살의 청춘아,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영상 제작=정혜미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