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취임한 NH농협생명 김인태號(호)가 임기 내 최대 악재를 겪고 있다. NH농협생명의 고객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지난해 민원 증가율이 업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무 건전성 악화로 지급여력도 떨어졌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보유 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 건수가 지난해 33.3건으로 전년의 26.8건에 비해 24.3% 늘어났다. 생명보험사 중 증가 폭이 가장 높다.
지난해 환산 민원 건수가 늘어난 생명보험사는 농협생명을 비롯해 KDB생명(15.7%), KB생명(7.6%), ABL생명(0.6%) 등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민원 건수가 줄었다.
특히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환산 민원 건수가 18.4건으로 전년의 27.3건보다 32.6% 감소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이 줄었다. 대형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환산 민원 건수가 각각 23.6%, 27% 줄었다.
지난해 민원 유형별로 보면 생명보험에서는 보험 모집 관련 민원이 전체의 5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금 산정 및 지급(16.5%)이 뒤따랐다.
재무 건전성 또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10.53%로 생보업계 평균인 262.51%에 비해 낮았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을 뜻하는 RBC비율은 보험회사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내려간다. 금리 인상으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다. 2020년 평균 292.27%였던 생보사 RBC비율은 지난해 한 해 동안 34.76%가 떨어졌다.
그러나 NH농협생명의 하락 폭은 업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2020년 286.96%에서 2021년 210.53%로 1년 새 RBC비율이 76.43%p 하락했다.
업계 내에서 비슷한 체급인 신한라이프, 동양생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신한라이프의 RBC비율은 284.64%로 업계 평균을 웃돌았고 동양생명은 전년에 이어 업계 평균치보다는 낮지만 연간 변동 폭은 크지 않다. 2020년 223.62%였던 동양생명 RBC비율은 작년 220.69%로 약 3%p 하락에 그쳤다.
NH농협생명의 건전성이 눈에 띄게 악화한 건 매도가능증권으로 채권을 재분류하면서다. 현 회계기준 아래에서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만기보유증권은 원가로 평가된다.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 자산포트폴리오 상 금리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결산 공시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운용자산 규모는 51조8238억원으로, 이 가운데 50조213억원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됐다. 이 중 국내외 채권 투자 규모는 약 45조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평가손익이 줄어든 것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2020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자산으로 채권재분류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산구조가 금리에 민감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만큼 RBC비율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추가적인 국내외 금리인상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추가적인 평가손익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농협생명은 최근 후순위채 6000억원을 발행하면서 자본을 조달에 나섰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