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아들 50억? 사업 도와준 대가” 곽상도 “거짓말” 발끈

정영학 “아들 50억? 사업 도와준 대가” 곽상도 “거짓말” 발끈

기사승인 2022-04-27 19:44:11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공판에 참석했다가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준 대가라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곽 전 의원은 “거짓말을 한다”면서 반발했다.

정 회계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대장동 사업을 설계한 인물로 2019~2020년 화천대유 일당과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66개를 검찰에 넘겨 수사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

정 회계사는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화천대유 전무 양모씨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자, 김만배 씨가 양 전무를 달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고 말한 것을 들었는가”라고 묻자 “맞다”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김씨가) 고위 법조인들은 6명한테 50억원씩 주고, 시의원한테 20억원을 주고, 100억원은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해서 420억원 용도가 따로 있다고 하면서 고위 법조인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가 변호사로 등록된 이들은 변호사비 또는 고문료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고,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 전 의원에겐 “아이들 통해서 주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 정 회계사의 증언이다.

아울러 직원들에게 지급된 거액의 성과급에 대해서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씨가 유착해서 선정된 것을 입막음하려면 280억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로부터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수수했다고 본다. 이런 금품거래는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였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경쟁 컨소시엄에 자회사를 참여시킨 H건설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화천대유와의 컨소시엄을 깨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부탁해 김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정 회계사는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하던 도중 곽 전 의원이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야지”라고 했고, 김씨가 “법인 돈이어서 안 된다”며 거절해 다툼이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이날 앞서 정 회계사는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음 파일’을 만든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 회계사는 “작년 9월부터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며 “김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들이 많아서 두려워서 (증거로) 제출했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곽 전 의원은 오전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가는 정 회계사를 향해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냐”고 고성을 질렀다. 재판부가 오후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의를 주자 곽 전 의원은 “하도 답답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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