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률 자체를 국민투표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 법률로 국회가 달성하려고 하는, 국가수사권의 전면적 개편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국민투표로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전 한국헌법학회장이었던 신평 변호사는 ‘검수완박’ 법률 국민투표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신 변호사는 “새 정부 측에서 소위 ‘검수완박’ 입법과 관련,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하자 이를 계기로 해 국민투표에 관한 관심이 폭발했다. 그런데 이것을 실시하는 경우 사상초유의 일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의 당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특히 강제수사의 가능 여부 그리고 국회의 탄핵소추나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관하여 법규정이 대단히 미비하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그럼에도 이 미비점들을 법해석의 ‘법창조적 기능’에 맡기며, 항로를 잃은 배가 희미한 달빛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가듯이 조금씩 절차를 진행시켰다. 국민투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법규정이나 정설의 이론이 없는 국민투표의 안건문제에 관해 언급하고자 한다”고 전제를 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 “첫째 국민투표의 안건에 법률이 들어갈 수 있는가? 애초에 내가 국민투표를 제안할 때는 국회가 국민투표의 결과를 기다려 입법을 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6월 1일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될 국민투표에서 입법반대의 의사가 우위면 국회는 ‘검수완박’ 입법을 포기하고, 반대로 입법찬성의 의사가 우위면 새 정부는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맺고 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의 형국을 보면, 국민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검수완박’ 입법을 완전히 일방적으로 통과시켜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어 그 입법의 수혜자로 지목되는 문 대통령이 이를 전격적으로 공포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법률을 국민투표에 회부해 그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을까 즉 법률을 국민투표를 통해 리콜(Recall)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헌법이 취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라는 대립적 요소의 길항이 야기 시키는 심오한 성격을 갖는다. 그만큼 판단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지금의 상황처럼 국회가 ‘입법독재’나 ‘입법쿠데타’라고도 부를 수 있는 오만방자한 자세로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며 입법을 강행하는 ‘비상사태’가 지속된다면, 헌법 제1조 제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를 대의제 민주주의에 우선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한다. 즉 극단적인 경우에는, 도저히 다른 수단으로는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없고, 국민의 기본권이 심대하게 침해되는 지극히 예외적 경우에는 법률도 국민투표의 대상으로 해 리콜 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우리 헌법의 결단에 내포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핵무기와 같은 존재이다. 가급적 새 정부는 인내하며 이 무기를 비장하되 절대 쓰지 않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둘째 국민투표의 안건을 단순히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국민의 찬반의견을 묻는 것으로 할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 국가는 국민이 자발적 의사로 참여한 계약공동체라고 보는 것이 근대 이래 모든 민주헌법의 전제인 이상 국민투표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요건이 맞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나 호주, 유럽에서의 동성혼 인정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들이 미리 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행해진 것은 아니다. 국정의 어떤 사항에서든 국가형성 계약의 주체인 국민의 의사를 끊임없이 물어 이를 우선시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인 이상 이와 같은 국민투표는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우리도 곧 우리 앞에 나타날 ‘검수완박’ 법률 자체를 국민투표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 법률로 국회가 달성하려고 하는, 국가수사권의 전면적 개편에 대하여 국민의 의사를 국민투표로 물을 수 있다고 본다”며 “만약 여기에서 찬성쪽이 우위로 나타나면 새 정부는 깨끗이 이에 승복한다. 그러나 반대쪽이 우위면 국회는 그 법률들을 폐지할 헌법상의 의무를 지는 것으로 본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잡아나가면, 국민투표가 ‘신임투표’로 변질될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이나 유럽, 호주에서 그 국민투표의 결과들로 나라가 쪼개지는 것과 같은 혼란이 초래된 일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