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열흘 남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신구권력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건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자, 정치권에서는 “편가르기를 위한 반대”, “선거개입”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오전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자로 나섰다. 그는 윤 당선인의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청원’ 2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 꼭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인수위 청와대이전 태스크포스(TF)는 즉각 불쾌감을 표했다. 청와대이전TF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가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라던 문 대통령”이라며 “그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키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일인 2017년 5월10일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청와대이전TF는 이 점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이 끝내 청와대를 국민들께 돌려드리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친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전면 개방을 향한 포부를 재차 드러냈다. 청와대이전TF는 “윤 당선인은 이런 무도한 정권을 종식하고 오로지 국익만을 위해 공정과 상식·실용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며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는 전면 개방해 취임 즉시 국민 품으로 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경호를 핑계로 파기한 청와대 개방 약속을 실천하는 윤 당선인의 노력을 돕는 것이 마지막 도리”라며 “편 가르기를 위한 반대에 집중하며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저버리기보다 국민 이익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일각에서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지지율을 믿고 퇴임 직전까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하는 건가”라며 “떠나는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연일 독한 비난을 해대는 건 살다 살다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놓고 선거 운동을 하는 건가”라며 “대통령 지지율을 믿고 퇴임 직전까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하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연거푸 두 번씩 용산 이전을 불통이라 비난하는 건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 말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본인의 광화문 이전은 소통이고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은 불통인가. 이거야말로 모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당선인이 결정해서 현 정부 동의를 받고 이전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퇴임하는 대통령은 용산 시대가 잘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기대와 함께 굳이 당부하고 싶으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당선인이 잘 극복하고 헤쳐 나가길 바란다는 정도의 긍정적인 발언이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끝으로 김 교수는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이 언제 어디서 저를 물어댈지 모르겠습니다만 임기 마지막까지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에 집착하는 문 대통령님께 고언의 말씀을 드리자면 '제발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8월19일 국민청원 도입 이후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원칙 아래 20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답변을 해왔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한 건 지난해 8월 4주년 특별답변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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