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유사 수신행위 기준 없어 ‘혼란’ 

가상화폐 거래소, 유사 수신행위 기준 없어 ‘혼란’ 

코인은 되고 원화는 안된다?

기사승인 2022-05-05 06:00:11
가상화폐 업계에 ‘유사 수신행위’가 화두로 떠올랐다. 업비트가 케이뱅크로부터 투자자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코빗은 이자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해 유사 수신행위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코인 예치금에 대해 케이뱅크로부터 연 0.1%의 이자를 받고 있다. 업비트의 고객 예치금(예수 부채)은 지난해 5조8120억원으로 이자 수익은 약 58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한 해 동안 두나무가 이자수익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163억9000만원이다.

투자자 예치금은 가상화폐 투자자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거래소에 맡겨 놓은 현금이다. 투자자는 은행 실명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인증 절차를 거쳐 거래소에 현금을 보관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돈이 은행 개인 실명계좌에서 거래소 법인계좌로 입금되는 구조다. 거래소에 따라 다르지만, 법인계좌에 대해 예금 이자가 생길 수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수신 취급 업이 아니라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임의로 보관된 금액에 이자를 지급하면 유사 수신 업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같은 수익으로 ESG 사업을 진행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에 의한 인가나 허가받지 않거나 등록 및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보험업이 아닌 기타 정보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코빗은 투자자 예치금에 대한 수익을 포인트로 돌려주고 있다. 코빗 계좌에 보유한 원화(KRW) 포인트에 대해 조건을 충족하면 세후 연 1%의 KRW 포인트 보상을 매일 지급하는 ‘데일리 보너스’ 서비스를 지난달 시작했다. 받은 KRW 포인트는 원화로 교환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코빗 명의로 예치금이 들어있는 경우 이자를 정상 지급하고 있다. 투자자가 코빗을 통해 신한은행 가상계좌를 만들면 코빗 명의의 계좌로 예치금이 들어온다. 특금법 규정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코빗 명의의 계좌에서 신한은행 명의의 계좌로 이동되는 구조다. 이동 전 코빗 명의의 예치금에는 이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사 수신행위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코빗은 지난 3일 리워드 수단을 원화 포인트에서 비트코인(BTC)으로 변경했다. 

코빗 관계자는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예치금에 대한 이자가 아닌 광고료 일부를 절감해 데일리 보너스에 쓰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지급은 유사 수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거래소가 예치금 이자 지급 방법을 달리하는 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관련 법안은 특정 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밖에 없다. 특금법에서 고객예치금에 관한 내용은 사업자 자금과 고객예치금을 별도로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는 정도다.

이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투자자 예치금에 대한 이자 지급 현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거래소들은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FIU는 코빗의 KRW포인트 보너스에 대한 유사 수신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FIU 관계자는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유사 수신행위 기준이 없다”면서  “이를 판단하는 건 FIU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이자를 원화로 주는 것 자체에 대해 관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사 수신행위 관련 내용은 금융위원회 은행 과에서 관리하고 있다. 금융위 은행과 관계자는 “FIU의 요청으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투자자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유사 수신법 상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원화와 가상화폐 등 지급형태에 따라 다르게 볼 것인지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는 법에 따라 고객의 주식계좌 예탁금에 대한 일정 비율의 연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예탁받은 돈을 증권회사가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유사 수신행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서비스를 만들 때 어디까지를 유사 수신행위로 보고 고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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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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