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이냐, 바람이냐.
경기 고양시장 자리를 놓고 4년 전에 이어 또 다시 맞붙은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동환 국민의힘 후보 간 대결의 핵심 키워드다.
이재준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에서 우세를 보이는 반면, 이동환 후보는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는 지역 민심의 바람을 업고 있는 것이다.
6·1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둔 현재 고양시장 당락의 판세는 짙은 안갯속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두 후보의 능력이나 공약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바닥 민심도 팽팽하게 맞서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의 승패는 두 후보가 자신의 강점을 얼마나 살리느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민주당의 조직력은 상당히 위력적이다. 지난 12년 동안 시장 자리를 지켜오고 시의회 전체 33개 가운데 19개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구축해 놓은 조직력은 끈끈하고 탄탄하다. 호남 출신 인구분포도가 높은 고양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이재준 후보가 개인적으로 다져놓은 조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후보는 시장 직에 오른 뒤 지난 4년간 공무원 조직을 재선 가도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노력했다. 다수의 고양시 산하 혹은 관련 기관과 단체의 수장에 퇴직 고위 공무원들을 임명해 놓은 것이 단적인 예다. 이들이 선거전에서 알게 모르게 활동하리라는 건 불문가지다.
고양시 한 과장급 공무원은 “이번 선거에서 적지 않은 공직자들이 물밑에서 이재준 후보의 지원군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고양시 관련 단체나 기관의 요직에 앉은 퇴직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득표활동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지역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이동환 후보에게 견고한 비빌 언덕이다. 지난 12년 동안 이어져온 민주당의 고양시정에 실망한 시민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고양시의 정권교체’ 바람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와 ‘검수완박법’ 강행 등으로 형성된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지역 민심의 바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바람이 강해질수록 이동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도 불문가지다.
이동환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두 명의 전현직 시장이 펼친 고양시 행정의 썩은 부분을 들춰내고 수술하기 위해선 이번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중앙정치권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기류 또한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직력은 언제나 선거전의 판세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이재준 후보가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바람 또한 그에 못지않게 선거전의 향방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 점에서는 이동환 후보가 유리해 보인다. 이래저래 이번 고양시장 선거는 역대 어느 때보다 팽팽하고 흥미롭다.
덕양구 행신동에 사는 박동수씨(59)는 “우리 가족 5명 사이에서도 서로 견해가 갈릴 정도로 이번 고양시장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