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랜만에 플레이엑스포가 오프라인으로 열려서 너무 설레요. 아이랑 같이 왔는데 너무 좋아해서 데려오길 잘한 것 같네요.”
초여름의 화창함이 느껴지는 13일, 일산 킨텍스 2전시장은 모처럼 활기로 가득 찼다.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칼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학생부터, 각양각색의 코스튬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까지 많은 인파가 오전부터 모여들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융복합 게임쇼 플레이엑스포가 12일부터 1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올해로 13회차를 맞이한 플레이엑스포는 매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와 함께 한국 양대 게임쇼로 불린다. 플레이엑스포는 지난 2년간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오프라인 개최가 불가했다. 2020년의 경우 아예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킨텍스 전시관에 위치한 BTC 행사장은 다양한 게임을 즐기려는 참관객들로 북적거렸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중심부의 인디 오락실이었다. 이전부터 플레이엑스포는 인디게임을 중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개발자와 직접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소다.
이날 인디오락실에서는 37개의 인디개발사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을 들고 참관객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었다. 그중에는 2021 ‘글로벌 인디 게임 제작 경진대회(GIGDC)’에서 상을 받은 ‘스튜디오 두달’, ‘블랙앵커’, ‘페퍼스톤즈’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지난해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 현장에서 만난 ‘메트로블라썸’의 제정신 스튜디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스튜디오 두달의 ‘라핀’을 플레이한 김 모(23) 씨는 “토끼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면서 “양질의 인디게임을 이렇게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한 명의 게이머로서 개발자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의도를 들으니, 감독의 해설을 들으며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게이머들과 만난 개발자들 역시 들뜬 모습이었다. 한 인디 개발사 대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실상 인디게임을 만드는 분들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면서 “전보다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테스트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금 전에도 이용자 몇 분이 왔다 가셨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저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셔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며 웃었다.
게임쇼를 진정으로 즐기는 코스튬 플레이어들도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분한 이들은 이목을 끌었다. 밀리터리 룩을 완벽히 차려입고 온 한 관람객은 “평소에 1인칭 슈팅게임(FPS)을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무대가 열려서 기분이 좋다”면서 “오늘 햇살이 제법 강해서, 오는데 좀 덥기는 했지만 그래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무대 뒤편 추억의 게임장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2, 조이스틱으로 할 수 있는 고전게임이 가득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족과 함께 삼삼오오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성남에서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는 유 모(36) 씨는 “아이가 올해로 7살인데, 2019년 플레이엑스포에 왔을 때 굉장히 좋아했다”면서 “지금 격투게임을 했는데 봐주지 않고 이겨서 아들이 삐쳤다”면서 웃었다.
전시관 오른쪽 특설무대에서는 ‘경기 e스포츠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시간에는 넥슨의 ‘피파 온라인’ 결승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설위원들의 박진감 넘치는 해설을 함께 듣고 있으니 실제 축구 경기를 보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플레이엑스포는 꾸준히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쇼라는 강점을 어필해왔다. 대형 게임사의 기대작 공개는 없어도, 톡톡 튀는 인디게임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트로 게임 등으로 매년 사랑을 받아왔다. 3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플레이엑스포는 화려한 볼거리 없이도 여전히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일산=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