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가 검사 사직 의사를 알리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다”고 밝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서를 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검사가 된 첫날, 평생 할 출세는 그날 다한 걸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운을 띄었다.
한 후보자는 “세금으로 월급 주는 국민을 보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검찰 조직을 의인화해서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 직업(검사)이 참 좋았다. 생활인으로, 직장인으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어서였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덕분에 싸가지 없단 소릴 검사 초년 시절부터 꽤나 들었는데 ‘그런 거 안 통하는 애, 술자리도 안 오는 애’로 되니 일하기 편한 면도 있었다”라며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욕먹은 게 억울하지도 않다”고 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좌천당한 경험도 언급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그동안 두들겨 맞으면서 제가 당당하니 뭐든 할 테면 해보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다”며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했다. 이어 “누가 ‘왜 남아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는 대답을 해왔다”며 “정당하게 할 일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 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며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다”고 했다. 끝으로 함께 근무했던 이들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글을 맺었다.
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다 조국 사건 수사를 계기로 좌천됐다. 채널A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 엮여 압수수색 대상이 되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최근 이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재는 인사청문 이후 법무장관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9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여야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서 임명을 위한 후속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오는 16일까지 재송부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기한까지도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장관을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후보자는 취임하는 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에 관한 법무부의 대응을 속도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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