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낸 한동훈 “두들겨 맞으면서도 팩트로 싸웠다”

사직서 낸 한동훈 “두들겨 맞으면서도 팩트로 싸웠다”

“자기 편 수사했다고 린치당했지만 실체 드러나”
윤석열, 16일까지 국회에 한동훈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사승인 2022-05-15 19:40:49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가 검사 사직 의사를 알리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다”고 밝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서를 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검사가 된 첫날, 평생 할 출세는 그날 다한 걸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운을 띄었다.

한 후보자는 “세금으로 월급 주는 국민을 보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검찰 조직을 의인화해서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 직업(검사)이 참 좋았다. 생활인으로, 직장인으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어서였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덕분에 싸가지 없단 소릴 검사 초년 시절부터 꽤나 들었는데 ‘그런 거 안 통하는 애, 술자리도 안 오는 애’로 되니 일하기 편한 면도 있었다”라며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욕먹은 게 억울하지도 않다”고 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좌천당한 경험도 언급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그동안 두들겨 맞으면서 제가 당당하니 뭐든 할 테면 해보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다”며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했다. 이어 “누가 ‘왜 남아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는 대답을 해왔다”며 “정당하게 할 일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 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며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다”고 했다. 끝으로 함께 근무했던 이들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글을 맺었다.

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다 조국 사건 수사를 계기로 좌천됐다. 채널A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 엮여 압수수색 대상이 되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최근 이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재는 인사청문 이후 법무장관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9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여야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서 임명을 위한 후속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오는 16일까지 재송부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기한까지도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장관을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후보자는 취임하는 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에 관한 법무부의 대응을 속도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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