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신은 억강부약”

“노무현 정신은 억강부약”

[이영광의 간(間)보기] 청와대 연설 비서관 지낸 강원국 작가

기사승인 2022-05-23 08:40:30
2009년 5월 23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탄압에 못 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해서 그 충격은 더 컸다.

그리고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탄핵과 두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교체 후 맞이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소회가 궁금해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연설 비서관 지낸 강원국 작가를 지난 17일 전주에서 만나 노 전 대통령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요즘 글쓰기 등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강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13주기, 하나의 매듭 짓는 것 같아”

             ▲ 강원국 작가

- 23일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3주기입니다. 작가님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냈잖아요. 13주기를 맞이하는 소회가 어떤가요?
“벌써 13년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고 어찌 보면 긴데 여전히 엊그제 같아요. 느낌이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니 그사이 여러 정권이 바뀌었잖아요. 결국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을 내몬 장본인이고 박근혜 정부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그리움의 대상이었죠. 그 뒤이어 촛불 정국 지나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에도 계속 문 대통령 보면서 또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렸죠. 그래서 늘 우리 곁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제가 13주기를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끝냈잖아요. 문 대통령이 되고 추도식 참석하셔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와서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그랬잖아요. 임기를 잘 마치고 처음 맞는 추도식인데 이게 어떤 의미냐면 하나의 매듭을 짓는 것 같아요.”

- 그럼 이번엔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 놓아드릴 때가 됐다고 보세요?
“그렇죠. 왜 그러냐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촉발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 영어의 몸이 됐고 그사이에 박근혜 대통령도 탄핵을 겪었고 특히 그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제 임기가 끝났단 말이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것들이 이번에 일단락된 거 아닌가 하죠.”

- 2009년 5월 23일 기억하세요?
“기억나죠. 그때는 집에서 뉴스 보고 알았어요. 처음 봤을 때는 안 믿었죠. 믿기지 않았던 게 그분이 절대 여린 분이 아니시거든요. 뭔가 일이 있을 때 더 전투욕 같은 게 발휘가 되어서 법적으로 싸우실 분이라서 처음에는 안 믿어졌죠. 그런데 나중에 더 깊이 생각해 보니까 이건 그분이 물러선 게 아니고 한 발 앞에 더 내디뎠고 몸을 던졌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 무슨 말이에요?
“그게 그런 상황이 너무 힘들고 수치스러워 물러서자는 선택을 한 게 아니죠. 오히려 자기 몸을 던져서 한 발 더 앞으로 내디뎠다는 거죠. 그 상황에서 그분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이었단 생각이죠. 세상 사람들이 전부 손가락질하고 자기 말을 안 믿어주고 모든 언론과 검찰 새로 들어선 정부가 자기 측근들 구속시키고 옥죄어 올 때 그분은 그렇게 물러서는 분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그건 비겁하게 물러선 게 아니고 용기 있게 도전한 거죠. 제가 그분의 죽음을 미화하는 건 아니고 또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잘했다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제 나름 그렇게 해석이 돼요.”

“바로 처리한 사표, 서운했지만......”

- 작가님이 기억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나요?
“노무현 대통령이 저한테는 굉장히 데면데면하셨죠. 원래 마음 주는 걸 되게 쑥스러워하시고 부끄러워 하시는 분이신데 속마음은 정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죠. 제가 그걸 확인한 것은 제가 사표 내고 바로 ‘그래 알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 서운하시지 않으셨어요?
“저렇게 쉽게 처리하시나 해서 서운했죠. ‘뭐 하려고 하나’라고 묻긴 하셨어요. 그래서 ‘학교 선생님 할 겁니다.’라고 그랬더니 대학교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교수 아니고 고등학교 선생님 할 겁니다.’라고 했더니 자격증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있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처리하는 거예요. ‘그래 이게 이렇게 쉽게 그냥 처리해버리시나 한 번 여기 붙잡는 시늉이라도 하셔야지’라는 생각에 솔직히 서운했어요.
그런데 비서실장이 저를 불러서 대통령께 뭔 얘기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했더니 대통령께서 두 가지 중에 하나 해주라고 했대요. 병가 주든지 아니라고 하면 자리 알아봐 주라는 얘기를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이분이 저에게 관심도 있었단 걸 알았죠. 왜냐하면 매번 연설비서관이나 강 비서관이라고 하고 제 이름 불러준 적이 없어요. 데면데면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이 있으셨다는 걸 느꼈고 그게 단지 나한테만 해당이 되는 게 아니란 거죠.”

- 노무현 정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인가요?
“제가 인수위에 파견 나간 첫날 노 대통령 하신 말씀이 ‘나의 철학은 억강부약이다. 강한 것은 절제하게 만들고 약한 것을 돕는 게 나의 어떤 철학이고 앞으로 정부 5년간 그런 방향에서 이끌어 가겠다’라는 것이었어요.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참여정부 5년 동안 계속 발현이 됐어요.
그분이 내세운 게. 개혁과 통합 측면에서 세 가지죠. 하나는 지역감정 해소 두 번째는 양극화 문제 세 번째는 지역 균형 발전이죠. 이게 사실 통합을 위해서 다 필요한 것들인데 지역감정 말고는 잘 안됐죠. 개혁과 통합이 뭘 이루기 위한 거냐면 억강부약을 위한 거죠. 그래서 노무현 정신은 억강부약이고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에요.”

- 기억에 남는 거 하나 소개 부탁드려요.
“신년 회견할 때 앞에 연설하잖아요. 아마 5년 차일 거 같아요. 대통령께서 전화하셔서 연설 간략하게 하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정말 간략하게 초안을 썼죠. 근데 되게 화를 내셨어요. 대통령이 보기에 완전히 군기가 빠진 거죠. 그때 하셨던 말씀이 ‘하기 싫으면 관둬. 지금 사보타주 하는 거야?’라는 거예요. 제가 직접 혼난 게 아니고 부속실에 얘기하신 거예요. 그때 정말 충격받았죠. 근데 뒤끝이 없으세요. 그때도 그걸 다시 쓰라고 않고 본인이 메모 다 하셔서 직접 하셨어요. 사실은 그분은 그럴 자격이 있어요. 그런 실력이 있거든요. 저는 실력이 없어서 그걸 못 한 거예요. 근데 이분 입장에서는 제가 쓸 수 있는 것을 게을리한 거로 생각이 되는 거죠.”

- 언제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세요?
“저는 강의를 계속하잖아요. 방송에 나가서도 얘기할 기회가 많고 그럴 때마다 생각나죠.”

“방송 재능 있는 듯”
              ▲ 강원국 작가 

- 요즘 방송도 하시고 책도 쓰시고 강의도 하셔서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은데 어떠세요?
“크게 보면 강의하고 글 쓰고 방송하고 세 가지인데 이게 한 몸뚱이예요. 방송하면서 세상 사람들 얘기 듣고 공부한 것을 글로 쓰고 그걸 강의하고 또 방송하기도 하고 원소스멀티유즈라고 그럴까요. 바쁘다고 그랬는데 코로나로 많이 가기도 줄었고요. 아직 본격적으로 재개되지는 않았어요.”

- 방송 처음 하실 때는 어렵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적응됐어요. 저는 재능이 그쪽에 있나 봐요. 하니까 잘해요. 예전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는데 요즘에는 익숙해졌죠. 그리고 방송 하니까 좋은 게 뭐냐면 반응이 와요.”

- 유튜브와 라디오 중 어떤 게 맞아요?
“라디오요. 유튜브는 잘 안 돼요. 잘 안 늘어요. 이번에 <강원국의 말빨 글빨> 유튜브도 한다고 소개 좀 해줘요. 구독자가 잘 안 늘어요. 9,000명대에서 한 2, 3년 멈춰 있어요.”

- 콘텐츠가 없나요?
“업로드가 자주는 안 하지만 끊지는 않고 그래도 하거든요. 근데 안 늘어요. 구독자가 1만 명을 못 넘어요. 그런데 쿠키뉴스 나오고 나서 1만 명 딱 늘면 좋을 거 같아요(웃음).”

- 한 인터뷰를 보니 글쓰기에 대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제 생각이 성장하는 거죠. 확실히 글을 보면 이전보다 계속 발전해요. 거기에 담긴 생각들이 더 깊어지고 폭이 넓어지는 걸 느껴요. 아무래도 계속 글 쓰고 강의하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뭐 또 강의도 듣고 사색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글에 담기니까 글에 담긴 생각의 수준이 후퇴하지 않은 것 같아요.”

- 작가님은 글 쓰는 실력이 있으시잖아요. 그런데도 성장하나요?
“성장하는 건 끝이 없어요. 왜 그러냐면 문장 실력 같은 게 아니고 글에 담기는 내용이죠. 그 내용의 어떤 깊이와 수준은 사실은 아직도 바닥 수준인 거고 갈 길이 진짜 먼 거죠. 근데 그 성장의 즐거움과 기쁨, 행복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 어떤 건가요?
“제 글이 점점 깊이도 좀 더 생기고 폭도 좀 넓어지는 거죠. 예를 들자면 한때는 글쓰기에 대해서만 생각하다가 이제는 말하기도 생각하고 소통도 생각하고 리더십도 생각하고 내 생각에 지형이 넓어지죠. 그게 제가 마음을 먹어서 그런 게 아니고 저도 모르게 관심사가 넓어지거든요. 이런 걸 볼 때 되게 행복하죠.”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건......”
            ▲ 강원국 작가

- 작가님은 메모광으로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 메모를 하시는 건가요?
“지난 8년 동안 한 1만 3천 개 메모했어요. 어디에 했냐면 딱 정해져 있어요. 내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채널 그다음에 네이버 블로그 그다음에 지금은 티스토리 이 일곱 군데에다가 메모한 게 만 3천 개예요. 근데 이 만 3천 개 메모를 처음부터 거기다 한 게 아니고 네이버 메모장에 했죠. 메모한 것을 나는 강의에 써먹거나 아내에게 말해 보거든요. 운을 떼봐요. 그래서 좀 말이 된다 싶은 것들을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2차 메모하죠. 그게 만 3천 개예요, 그 만 3천 개를 가지고 말도 하고 글도 쓰는 등 그 조각들을 조립해요. 이 조립하는 과정이 말하기 글쓰기거든요. 이걸 조립해 보면 재밌어요. 왜 글쓰기가 그 전에 힘들었냐면 메모해둔 게 없어서죠”

- 메모 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노하우는 없고요. 그냥 메모 거리가 생각날 때 메모하는 것이고 메모 거리를 자꾸 찾는 거죠. 어젯(16일)밤에도 티스토리에 메모했거든요. 메모 거리를 찾으려면 유튜브 강의 듣거나 책 읽거나 산책하면서 아내에게 뭔가 말해 보거나 잠들기 전에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거나 해야 돼요. 그러면 메모 거리가 낚여요. 그러니까 기분이 좋죠.”

-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두 가지죠. 글 쓸 거리를 많이 가져야 해요. 그건 독서나 메모, 기억, 경험 혹은 학습을 통해서죠. 일단 그게 하나 중요한 거고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많이 써보는 거죠. 두 가지면 될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어디 가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스스로 해야 되는 거죠.”

- 일기가 글쓰기에 도움 된다는 소리도 있던데,
“저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일기가 기록으로서의 의미 자기 성찰로서의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일기를 매일 쓴다고 글쓰기 실력이 늘지는 않는 것 같아요.”

- 작가님만의 글 잘 쓰는 방법은 뭐예요?
“저만의 방법은 좀 비겁한 방법인데요, 저는 원래 있는 글을 모방이라고 할까 아니면 있는 걸 잘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활용하는 방법은 일단 원래 있던 걸 변형하는 게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원래 있는 거에 대해서 반론하거나 반박하는 내용으로 쓰는 거도 있고요. 세 번째는 원래 있는 것에 내용을 심화시키거나 발전시키는 거 그리고 네 번째는 원래 있는 것과 저것을 합하는 거 결합하는 거죠. 저는 새로운 걸 만들어낼 능력은 없는 것 같아요. 있는 걸 잘 활용하지 않나 하죠,”

- 책 출간 계획 있나요?
“올해 메디치에서 리더십 관련 책이 나올 거예요. 리더십 책들이 엄청 많은데 말과 글로 이루는 리더십이랄까요. 그러니까 리더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란 책이 될 거예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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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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