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586 민주당 의원들과의 당 내 갈등을 두고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조만간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응원하며’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의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에 관한 두 번에 걸친 포스팅을 보고 정신이 확 들었다. 어렴풋이는 들었으나 박 위원장의 존재에 밀착되지 못한 내 기억을 그는 일깨워주었다. 박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지독한 독버섯 N번방 주모자들의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한다. 힘든 과정을 통하여 이들이 체포되고 또 재판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의 섹슈얼리티(sexuality) 인식이 엄청나게 고양됐다”고 박 위원장을 평가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의 기존 지도부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그와 지도부가 갈등을 벌이는 대척점은, 대체로 586 정치인들의 퇴장 및 성적 스캔들에 대한 진상조사로 압축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구체적인 문제들을 넘어서는 화두를 제시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 화두는 바로 ‘차별과 혐오의 종식’이고, 그 핵심은 여성과 같은 권력적 소수자에 대한 헌법상 평등원칙 적용”이라며 “그는 왜 이런 문제를 꺼내어 공연한 분란을 야기하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심하게 갉아먹는 것일까? 그가 이 문제에 자신의 정치적 인생을 확실히 걸지 않았다면 결코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의 주장은 과연 오늘의 한국 사회 현실에서 어느 정도 절박성을 갖는 것일까?‘라고 설명했다.
또 “박 위원장의 주장은, 우리 현실에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뿌리박은 깊디깊은 성차별, 여성억압의 관념에 비추어보면 결코 요란스럽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그는 힘겹고 외로운 투쟁을 용감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는 “최강욱 의원이 그의 무의식에서 불쑥 꺼낸 ‘oo이’라는 용어의 천박함과 야만성, 남성성(masculinity)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따위는 어쩌면 별 것 아닌 우리 사회다. 조금 더 공적 분위기가 사라진 곳에서는, 성매매는 남성의 아랫도리에 관한 일로 절대 언급조차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치부된다. 공공연히 그런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히죽거린다.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오랜 치부로 남아있는 대학가와 종교계에 어둠을 밝히려는 횃불을 아직까지 들이댄 일이 없다. 공인으로서 성접대를 받고 그 흔적을 지우려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일도 주류언론에서는 거의 완전히 침묵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장이 성적 평등의 기본이다. 그러나 성매매에서 여성이 돈을 받았다고 하여 과연 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었다고 할 것인가. 성매매의 위법성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강한, 그래서 성매매가 여전히 판을 치는 우리 사회와 같은 곳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허울만의 것이다. 세상은 지금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넘어, LCBTQ와 같은 성소수자의 차별금지를 위하여 치열한 분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많이 시정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하하고 여성의 비인간화와 종속을 강요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남성권력의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고 덧분였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박 위원장의 시각은 정확하게 우리의 현실을 꿰뚫고 있다고 본다. 우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꺼냄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소수자 차별, 혐오를 극복하려는 주장을 그는 있는 힘을 다하여 토해내고 있다”며 “그는 조만간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번 실패는 그리 멀지 않은 내일의 알찬 성공으로 직결될 것으로 본다. 부디 그의 건투를 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5일 박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86 용퇴론, 사과문 채택, 최강욱 의원에 대한 비상 징계 권한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이에 윤 위원장은 크게 불만을 터뜨렸다. 비공개 회의에서 윤 위원장은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다”고 호통을 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까지 했다.
이후 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이 내놓은 86 용퇴론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일축한 바 있다.
반면, 박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뭐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윤호중 위원장도 숙고해야 한다”고 맞받아치며 갈등이 전면화 됐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