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반대에도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이 담당하던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이관해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추진할 걸로 보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검찰의 권력화’를 우려하면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와 관련해 사실상 강행 의지를 내비췄다. 27일 아침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책이나 이런 것을 중심으로 해야지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하면서 “이는 미국 방식대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어 야당의 반대에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강행한다면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걸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경고에도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강행할 경우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권한쟁의심판 청구까지는 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최후의 경우에는 법적 분쟁까지 감수하겠단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강행은) 입법부 권한을 훼손 또는 박탈 침해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날 윤 대통령의 미국 발언을 언급하면서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 내부적으로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다양한 법률적 검토에 나서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장태수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에 대해 대통령이 ‘미국처럼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단순 비교일뿐만 아니라 잘못된 비교”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연방공화국으로 검찰·경찰 같은 수사·정보기관의 권한도 50개 주정부에 분산돼 있고, 주 검사장과 카운티 보안관은 투표로 선출하는 시민 통제까지 받는다”며 “한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부하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고,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한 검찰 권력화를 걱정하는 시민 비판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민들의 불안을 국회에서의 논의와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으로 해소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 청구 카드를 꺼냈지만, 당장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입법과 관련된 사항을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긴다는 사실에 국회 내에서 거부감이 있고, 심판 결과를 받는 데까지도 많은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을 따져 묻는 재판으로 소송 당사자는 국회의원 개인이나 정당이 아닌 국회 또는 국회의장으로 제한된다. 현재 제21대 국회 전반기를 종료하는 시점에 원 구성조차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권한쟁의 심판 청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