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8일. ‘LoL 챔피언스리그(이하 LCK)’와 T1을 응원하는 팬들은 잊을 수 없는 날짜다. ‘2019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녹아웃 스테이지, ‘유럽의 맹주’ G2 e스포츠와 만난 T1은 풀세트 혈투 끝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같은 해 열린 ‘2019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4강전에서도 T1은 G2에게 세트 스코어 1대 3으로 패하며 분을 삭혀야했다. 이후 T1 팬들에게 G2는 PSTD를 유발하는 ‘금기어’로 등극하기도 했다.
햇수로 3년, 1107일 만에 T1은 자신들의 천적을 압살하고 짜릿한 복수극을 완성했다.
T1은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 MSI 녹아웃 스테이지 G2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 0 완승을 거뒀다. 과정과 결과 모두 완벽한 승리였다. 밴픽 단계에서는 번뜩이는 전략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고, 게임 내에서는 ‘슈퍼 플레이’를 밥 먹듯이 하면서 환상적인 피지컬 플레이를 선보였다.
자세히 뜯어보면 크고 작은 위기는 있었지만, T1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G2를 압살했다. 1세트 T1은 G2의 ‘갈리오’ 선픽에 미드 ‘트리스타나’라는 강수를 뒀다. ‘페이커’ 이상혁은 시종일관 갈리오를 압박함과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타워를 철거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트리스타나의 ‘로켓점프(W)’ 한 번에 G2의 챔피언들은 스러져갔다.
2세트에는 ‘제우스’ 최우제가 ‘요네’를 뽑으며 낭만을 선사했다. 특히 그는 불리한 상황에서 ‘캡스’ 라스무스 뷘터의 ‘아리’를 잡아내며 동귀어진하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상혁은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인 ‘르블랑’을 꺼내 부산 벡스코에서 명품 트릭쇼를 선사했다. 특히 ‘케리아’ 류민석의 ‘노틸러스’와 함께 빠르게 교전을 열면서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하기도 했다.
3세트 T1은 ‘완벽’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오너’ 문현준의 ‘리신’은 협곡을 종횡무진하면서 G2 챔피언들의 혼을 빼놨고, ‘구마유시’ 이민형과 ‘케리아’ 류민석은 왜 자신들의 MSI 최고의 바텀듀오라 불리는지 증명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2019년 쓰라린 패배 이후 칼을 갈며 최적의 순간을 기다리던 T1은 3년 만에 ‘최고’의 복수극을 완성했다.
부산=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