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저성장 흐름도 같이 끝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확장적 재정 정책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창용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사에서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 됐을 때 장기 저성장·저물가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전에 활용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제컨퍼런스는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개최됐다. BOK국제컨퍼런스는 국내외 학계와 정책 부문 저명인사들이 모여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올해는 비대면으로 오는 3일까지 양일간 진행된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이후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전에 활용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선진국을 위시해 한국, 태국, 그리고 어쩌면 중국 등 인구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일부 신흥국에게 있어 저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선진국 중앙은행에게 조언한 것처럼,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들도 “무책임할 정도로 확실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총재는 “디지털 혁신이나 기후변화 대응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앞으로 이를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각국 중앙은행이 CBDC 도입을 추진 중이거나 연구를 본격화하고,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정책수단의 개발과 이행을 구체화하는 것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신흥국의 경우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외환시장 개입이나 자본통제 등의 다른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활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논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