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증가했던 유동성이 감소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투자시장의 매력도가 감소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금리도 함께 오르면서 예·적금의 매력도가 올라가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을 비롯해 상호금융 등 2금융권까지 예·적금에 자금이 몰려드는 ‘역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역머니무브는 시중 자금이 주식·펀드 등 위험 자산에서 안정 자산인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던 2020년 당시에는 시중 자금이 주식이나 투자시장에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난 바 있는데, 2년만에 상황이 뒤바뀌게 된 셈이다.
이미 시중은행에는 불과 1개월 사이 2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678조663억원으로 전월대비 2.6%(17조4264억원) 늘었다. 또한 정기적금잔액도 36조7810억원으로 같은 기간 2.2%(8219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뿐 아니라 2금융권 전체에도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2금융권 전체(상호금융·저축은행)의 지난 3월 말 수신 잔액은 887조762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1조4432억원 증가했다. 업체별로 보면 새마을금고가 11조10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협은 5조6253억원, 저축은행업권은 5조4160억원씩 각각 늘었다.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려든 만큼 증권가에 머물던 자금은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 57조5671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통한다. 해당 수치는 지난해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환불금 효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77조9018억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20조원 이상 감소한 것이며, 2020년 말 65조5227억원보다 8조원 가량 하락했다.
이처럼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코로나19 기간 예금 금리가 연 1%대 이하, 적금은 2%대 이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2022년 6월 기준 수신금리가 연 3%~4%대를 넘어섰기 때문. 시중은행에선 신한은행의 ‘안녕, 반가워 적금’이 최대 연 4.6%을 제공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최대 5.35%의 금리를 제공하는 ‘NH1934월복리적금’을 내놓았다.
2금융권은 시중은행의 적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금상품을 내놓으며 금융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에서 출시한 ‘세바퀴 정기예금’은 최고 금리가 연 3.40%에 달하며, OK저축은행의 파킹통장인 ‘OK e-읏통장’은 3.0% 금리가 적용된다.
금융권에선 당분간 꾸준히 예·적금 금리가 오를 예정인 만큼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하기 보다 짧은 상품을 눈여겨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해 내로 2회 이상 올라 2%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춰 예·적금 상품들의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기 예치 상품을 통해 상황을 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에 자금을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