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와 벌이고 있는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 분쟁에서 또 한번 승소했다.
13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에게 제기된 KLI(KLI Investors LCC)의 풋옵션 국제 중재 소송에서 매수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앞서 중재재판부는 지난해 9월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과의 국제 중재 소송에 이어 KLI와의 분쟁에서도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초 교보생명 지분 5.33%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 KLI는 2018년 11월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한 지 한 달여 만이다.
KLI는 풋옵션 행사 뒤 어피니티와 함께 안진회계법인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임했다. 당시 교보생명 주식 1주당 가치를 39만7893원으로 평가한 안진의 감정평가 보고서는 향후 삼덕회계법인 보고서로 둔갑했다. 이후 삼덕 소속 회계사는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안진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베끼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러 최근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받았다.
이번 국제 중재 소송에서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KLI가 제시한 주당 39만7893원의 풋옵션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판단 근거로는 적법하지 않은 공정시장가치(FMV) 산출을 제시했다.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1월 기준으로 FMV가 산출돼야 하나 2018년 9월 기준으로 산정이 이뤄진 만큼, 신 회장이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한 것이다. 앞서 어피니티와의 중재 판정에서도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0월이 아닌 당해 6월 기준으로 반영된 FMV(40만9912원)가 기각됐다.
이와 함께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에 임할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어피니티가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중재재판과 동일한 결과다. 지난해 9월에도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과 어피니티 간 분쟁에서 “신 회장은 풋옵션 의무 이행과 이자 지급 등에 책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ICC 중재판정부의 결정은 신 회장에게 매수 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확인해 준 것이다. KLI가 제시한 풋옵션 가격이 부풀려졌음이 확인됐고, 결국 신 회장을 상대로 한 지급 청구가 전부 기각됐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중재판정부가 연이어 신 회장이 부당한 풋옵션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며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 및 기업 가치 훼손이 정상화되고, 공정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