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고유 가치를 지킨다는 쪽에서는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학문의 진리를 추구하는 영원불변의 가치를 지향한다. 그러기에 대학이 정부와 기업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대학의 존재 목적이 시대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달리하는 것이기에 탄력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대학이 지키려는 고유의 가치와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가치의 괴리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1990년대 중반까지는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어렵지 않게 취업으로 이어졌다. 대학을 졸업하면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로 여겨져 취업 문제는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학의 가치와 지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급변했다. 기업에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을 기업에서 6개월 내지 1년 이상 재교육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토로가 시작되었다.
이는 기존의 대학교육으로는 첨단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대학 밖에서는 ‘대학이 공유, 개방, 협업을 근본으로 지식융합과 초연결시대를 이끌어 나갈 혁신인재를 양성하여 지금보다 강력한 대학 본연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
교육수요자인 대학생들은 ‘불확실한 미래의 삶을 개척하는 데 있어 대학이 좀 더 뚜렷한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대학이 답을 해야 한다.
미래사회에서 지식은 대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학은 외부의 사회 환경변화를 훨씬 더 개방적인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한 속도감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기업의 변화 속도가 시속 100마일이라면 NGO는 90마일, 가족은 6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 관료조직은 25마일이며, 학교(대학)는 10마일, 국제기구는 5마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법 시스템의 변화는 1마일 정도”라고 했다.
1마일의 법 시스템, 5마일의 국제기구보다는 빠르지만 대학은 변화 속도가 최하위권이다. 지금처럼 대학이 사회의 변화에도 뒤처진다면 대학은 지금보다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
대학헌장에서 논하는 대학의 가치는 분명 존중되어야 한다. 대학은 갈라파고스가 아닌 산업계와 지역 플랫폼과 연결되고 전략적 제휴 네트워크를 가진 개방 혁신의 허브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외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대학은 세상과 동떨어진 상아탑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와 발맞추어 가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학들은 발전전략이 아니라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속도감 있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글/전북대학교 조재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