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적으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먼저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을 위한 준비단계를 밟아가는 가운데, 나머지 국책은행들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다만 금융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강한 마찰이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법, 한국은행법, 수출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각 본점의 주소지를 ‘서울’서 ‘대한민국’으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당초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초 발의된 바 있지만, 공동발의자 일부가 철회 의사를 밝혀 며칠 만에 법안이 철회됐다.
법안이 철회된 이유는 민주당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윤석열 정부의 대표 경제공약이다보니 공동 발의에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김 의원은 재차 공동발의자들을 모아 지난 13일 법안을 재발의한 것. 공동발의자에는 김경만, 김정호, 송재호, 신정훈, 이탄희, 전용기, 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참가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 현장은 말 그대로 ‘혼란’이 벌어졌다. 최근 선임된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은 노동조합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출근을 막고 있으며 수출입은행은 방문규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직에 임명되면서 수장이 비게 됐다. 그나마 윤종원 행장이 있는 IBK기업은행만 공고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갈등이 격화된 곳은 산업은행이다. 지난 7일 임명된 강석훈 회장은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산업은행 본점에 들어가지 못했다. 노조가 부산 이전에 반대해 대정부 투쟁에 나섰기 때문. 산은 노조는 정부와 강 회장이 산업은행 지방이전 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철야농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은 석·박사 학위소지자와 변호사 인력 채용을 진행한다고 공고를 내놨다. 일반적으로 국책은행들은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전문인력을 공개채용하지만 이처럼 추가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소관 부처로부터 정원이나 예산을 엄격히 통제받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번 채용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전문인력 채용이 최근 직원 이탈에 따른 인력 공백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산업은행 뿐 아니라 타 국책은행들도 상황이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방문규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고, 기업은행 윤종원 행장은 약 6개월의 임기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산업은행 이후 나머지 국책은행들도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야 할 대표자가 사실상 비게 되는 상황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경우 하반기 금융사 채용이 본격화되면 인력 이탈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균형발전은 좋지만 전문인력 이탈이 심화되면 국책은행들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