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빠른 낙태약”
17일 트위터에 ‘낙태약’을 검색하면 보이는 홍보 문구다.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문 약사’라는 명칭을 단 이와 실시간상담을 할 수 있다. 쿠키뉴스가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질문을 남기자 1분도 되지 않아 답변이 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이고 몸에 해가 없는 안전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산 낙태약을 밀반입한 일당이 세관에 검거되기도 했다.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14일 시가 23억원 상당의 중국산 낙태약(미비사동편·미색전렬순편) 5만7000여정을 밀반입해 미국산으로 ‘포장 갈이’한 뒤 판매한 6명을 관세법과 약사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한 개별상담 방식으로 약을 판매했다. 약사인 것처럼 위장해 상담을 진행하며 구매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렇게 챙긴 수익이 19억원 상당이다. 이들은 9정 1세트에 6만원이 안 되는 제품을 구매자들에게 36만원에 판매했다.
심지어 이들이 판매한 낙태약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세관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문의한 결과, ‘미비사동편·미색전렬순편’은 자궁 외 임신이나 병합 임신 같은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불완전 유산, 심각한 자궁출혈·감염, 구토, 설사, 복부 통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확인되지 않은 성분의 임신중절약 암거래가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낙태죄가 효력을 상실한지 1년6개월이 지나가는 데도 임신중단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음지 영역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 후속 입법이 제정되지 않은 탓이다.
산부인과 의사의 진료를 전제로 유산유도제 ‘미프진’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지난달 30일 “최근 임신중절 수술비용은 100만원 안팎으로,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은 결국 수술을 포기하거나 불법 미프진 구매 후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미프진은 정품 여부도 불명확하고 의사 진료 없이 복용할 경우 건강을 해칠 위험성도 크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절과 관련된 후속법이 제정된 후에 미프진을 도입하기에는 후속법의 진행상황도 부진하고, 그동안 여성들이 겪는 피해를 무시할 수 없다. 계속 미뤄지기만 하는 미프진 합법화, 이제는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낙태약 품목 허가만 11개월째 검토 중이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7월2일 자궁내막을 얇게 만들어 초기 임신 유산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미프진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로 미프지미소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대약품에 추가 자료제출을 요청하며 도입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식약처는 쿠키뉴스에 “임신중절의약품 심사과정 중 일부 심사자료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업체에 보완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업체는 보완자료 제출 기한을 연기 요청한 상태”라고 현재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가교임상 진행 여부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가교임상은 글로벌 임상 시험을 거친 의약품이더라도 국내에서도 동일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말한다. 가교임상이 진행될 경우 품목허가 결론을 내리기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의약계에서는 전문가 지도 아래 복용해야 하는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거래가 횡횡하고 있다며, 이를 빨리 제도권 안으로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불법 낙태약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나 사회적 여건이 어려운 여성이다. 취약계층 여성들을 국가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낙태약이 전문가 상담을 통해 복용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후속 입법도 조속히 제정돼야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