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피살 공무원 월북’ 하태경vs한기호…‘하’가 옳았나

국민의힘, ‘피살 공무원 월북’ 하태경vs한기호…‘하’가 옳았나

軍 출신 한기호 “당시 감청 내용 듣지 못했다”
사실 확인 제대로 못해 논란

기사승인 2022-06-18 06:00:30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쿠키뉴스DB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국방위 야당 간사였던 한기호 국민의힘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 의원은 당시 비공개 국방부 보고를 받은 후 월북 판단 정황이 선명하다고 언론을 통해 발언했기 때문이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16일 해당 공무원에 대해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이 1년 9개월 전 월북 정황이 있다고 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20년 9월 서해 상에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후 시신이 불태워졌다.

군은 청와대 안보실서 지침을 받아 ‘월북’이라고 판단하고 해경은 당시 군이 전달한 내용에 따라 월북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월북 정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방위 야당 간사였던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 보고 내용 보면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선명하다”고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초로 북한이 (해당 공무원) 발견하고 나서 (사살 후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뭘 했느냐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우리 군은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군이 A씨를) 월북으로 몰아가는데 결정적 물증이 하나도 없다”며 “(만약) 월북이라고 해도 엉성한 월북이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기획 월북’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다”고 단언했다. 

또 A씨의 유가족도 약 2년간 “월북이 아니다”고 주장해온 상태다.

군 당국의 입장이 번복되고 나서 한 의원은 입장을 바꿨다. 그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제가) 월북 정황을 설명한 게 아니고 국방부 감청 내용이 그렇게 나왔다고 얘기했다”며 “당시 감청 내용은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 첩보이기에 아무도 듣지 못했고 공개가 안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월북 의혹에 대한) 감청 내용은 똑같은 내용”이라며 “해석에 따라 다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방부는 월북 정황으로 설명했지만 이번 정부는 월북 정황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당시 감청 내용이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한 의원은 군인 출신 국회의원이다. 또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기도 했다. 현재 그는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민감한 사안이 한국 정치권 이슈로 들어오는 순간 정쟁으로 비화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확인도 잘 안 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슈를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뭘 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국방부의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권력이 이를 이용한 것”이라며 “군 당국이 얼마나 형편없으며 정치적 판단을 하는 집단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국방마저 정쟁 대상이 되고 있다”며 “비극이다. 국방 큰일 났다”고 표현했다.

한편 한 의원은 최근 당내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윤리위 소집에 앞서 ‘김철근 소명요구서’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 대표를 둘러싼 증거인멸 교사 의혹의 핵심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에게 지난 15일까지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 의원이 실무 직원을 통해 중간에서 무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소현·윤상호 기자 ashright@kukinews.com

안소현 기자, 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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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 기자
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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