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 같은 ‘인큐베이터’…놀라운 배아 배양기술 진화

엄마 뱃속 같은 ‘인큐베이터’…놀라운 배아 배양기술 진화

습도·온도 조절은 기본, 24시간 관찰·환경 평가까지 가능
실제 뱃속처럼 외부 노출 줄이고 안정적 환경 유지해 임신 성공율↑

기사승인 2022-06-21 06:00:12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난임 부부를 위해 개발된 배아 배양 기기 ‘인큐베이터’가 해가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온도 유지를 넘어 인공지능(AI)을 통한 실시간 평가 및 관찰이 가능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약 0.81명으로, 부부가 결혼해서 평생 낳는 자녀의 수가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출산율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져 2024년에는 0.7명의 역대 최저 출산율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아이를 갖고 싶어도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환자를 주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한 체외수정시술(IVF)은 인큐베이터라는 기기에 나팔관과 같은 환경을 재현, 체외에서 배아를 길러 임신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최근 이러한 인큐베이터가 모체 환경과 더욱 유사하게 발전해가고 있다.

성숙한 배아 발달 위한 첫 걸음, 최적화된 배양 환경 선택

난임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은 난임 진단을 통해 원인을 분석해 진단에 맞는 시술을 시행한다. 

이 중 ‘시험관 시술’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체외수정시술은 과배란을 유도해 채취된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하고 생성된 배아를 배양한 후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아만을 선별해 체내에 이식해 임신을 유도하는 과정이다.

과배란 유도를 통해 채취된 난자와 정자의 체외 수정과 배아 배양의 단계에서는 어떠한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배아의 질이나 발달 단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변수를 고려해 수정 방법을 정하고 환자에게 맞는 배양법 선택을 통해 이식 가능한 양질의 배아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체외수정시술은 고도로 정교한 절차를 수행하는 장비를 통해 이뤄지며, 이 중에서도 IVF 인큐베이터는 체외수정 이후 성숙한 배아로의 발달을 위해 안정적이고 적절한 배양 환경을 필수적으로 제공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인큐베이터 역할 확대…외부 노출 없이 실시간 확인에 평가까지

인큐베이터 발달 과정.   이미지=박선혜 기자

최초의 상업용 인큐베이터는 196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고, 이후 1984년 미국 코넬리우스에 위치한 쉘 랩(Shel Lab)은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는 인큐베이터를 출시했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열전대 센서로 가스 농도를 모니터링 했다. 

1990년에 접어들면서는 벤치탑(benchtop) 인큐베이터가 개발돼 배아 발달을 위한 최적의 온도를 균일하게 제공해 안정성을 높였다. 단점은 배아 발달을 평가하기 위해 인큐베이터에서 배아를 이동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과정에서 환경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여러 환자의 배아를 동일한 인큐베이터에 보관하게 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2000년대 초에는 기존 인큐베이터보다는 가볍고 다른 물리적 조건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 고급 적외선 CO2 센서가 있는 인큐베이터가 출시됐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내부 구조를 채택해 오염을 최소화하고 위생적인 관리를 가능케 했다. 

최근에는 타임랩스 기능을 위해 마이크로 카메라를 탑재한 타임랩스 인큐베이터가 출시됐다. 각 개별 배아를 촬영하는 Full HD(고화질)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 배아를 방해받지 않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배양 접시를 꺼내지 않고 매일 배아를 관찰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최대 16개의 배아를 동시에 배양 가능하거나, 임신 가능성 높은 배아를 선별, 챔버마다 고화질 카메라가 설치돼 최대 11개의 다양한 초점면으로 5분마다 배아를 촬영하는 타임랩스(time-lapse) 기능을 지원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제리(Geri), 프리모비전, 마리아IVF가디언시스템 등 제품이 있으며 기업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자체적으로 타임랩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I’, ‘맞춤형’ 인큐베이터 주목…임신 성공률 높아진다

이제는 고품질의 영상 데이터와 타임랩스 기술을 바탕으로 AI 기능을 접목해 배아를 선별하는 것이 인큐베이터 시장 최신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타임랩스를 활용해 기록한 배아 발달 현황을 AI로 평가하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건강한 배아를 선별하는 것은 배반포의 모양이나 퀄리티, 발달 단계간의 시간 및 발달 과정 중의 이벤트 등 다양한 조건을 관찰해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타임랩스를 통해 촬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환자 진료 시 배아 배양 과정을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및 진료 편의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 외부 노출을 더욱 줄일 수 있는 맞춤형 인큐베이터 등장도 주목된다. 한 덴마크 회사의 ‘스몰 박스’라 통칭하는 1인용 인큐베이터는 오로지 부부 한 쌍의 배아들만을 보관 및 배양할 수 있다. 특히 인큐베이터 문을 여는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공기가 유입돼 온도와 가스 포화도 등 배양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배아 배양 인큐베이터의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향후 건강한 배아 발달이 성공적인 임신율로 이어져 난임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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