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진행하면서 1.75%가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올린 기준금리를 단숨에 따라잡게 된 것이다. 한은의 입장에선 사실상 다음달 진행되는 금통위에서 0.25%p 인상을 넘어 0.5%p를 올리는 ‘빅 스텝’ 단행 여부를 고민해야 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그간 올렸던 기준금리로 인해 국내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한국은행 입장에선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부작용의 가능성이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된 상황에 놓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p 올렸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대로 0.75%p 이상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게 됐다.
이처럼 이례적인 금리 상승은 1994년11월 이후 27년 7개월 만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가장 높은 전년동월대비 8.6%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미 연준은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며 “금리를 계속 올리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 회의에서 0.50%p 또는 0.75%p를 인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하며 추가적인 ‘빅 스텝’ 혹은 ‘자이언트 스텝’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의 기준금리도 함께 오른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은 미국보다 ‘항상’ 기준금리가 높은 것이 유리하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질 경우 수익률을 추구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전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약 세 차례 가량 있었지만 당시에는 다행히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지 않긴 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금리 역전이 될 경우 외인들의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목전에 두는 상황이 이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이 높아질수록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의 가속화를 촉진하는 만큼 한국은행으로선 기준금리 인상의 압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
이미 한국의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4% 올라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9월(5.1%)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권에선 한은의 기준금리는 확정에 가깝고, 사실상 0.25%p를 올리는지 혹은 0.5%p를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영부 본부장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한 뒤 8월, 10월 11월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연속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는 3%가 될 것”이라며 “금통위원들이 앞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채 증가가 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말 국내 가계부채는 1859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금리가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변동금리의 비중은 75%에 달한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 금리가 1.0%p 오르면 연간 가계 이자 부담이 13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전체 이자 부담은 16조3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이같은 부채부담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5월 금통위 회의록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채무상환부담 상승은 실물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며 “특히 기업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의 연동성이 강하므로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신용위험 증가와 투자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