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의존적’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는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주요국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의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지난주 미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 소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선 “아직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 2%를 하회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아 침체로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기존 물가전망치에 대해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 및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한은은 불과 한달 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 속 이 총재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시사했다. 그는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자지급 부담 증가 등으로 어려워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며 “이에 대해서는 정책공조를 통해 보다 정교하고 미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