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은행 대출금리가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하라는 등의 발언이 나오면서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거나 인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국내 은행장들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간담회를 갖고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이 원장은 직접적으로 은행들의 과도한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서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 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 자체적으로도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거나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 주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동일한 비판기조를 이어갔다. 이 원장은 “은행은 금융·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특히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은 예대금리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윤석열 대통령도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최근 금리 상승과 관련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당국 수장과 대통령이 연이어 은행의 금리에 대한 발언을 이어감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인하하는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낮추기로 했다.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은 전 고객 대상으로 금리를 연 0.35∼0.36%p 낮춘다. 이에 따라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88∼5.37%에서 연 4.53∼5.03%로 내려간다.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도 일반전세는 연 0.41%p, 청년전세는 연 0.32%p 인하했으며, 변동금리 상품인 금융채연동금리(6개월) 상품의 금리는 연 0.3%p 낮춘 연 3.50∼4.29%가 적용된다.
NH농협은행이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오는 24일부터 0.1%p 확대한다. 이 경우 우대금리를 통해 대출금리가 간접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상승세로 인해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요도 큰 폭으로 줄어감에 따라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고민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