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도한 이익을 추구한다며 금융당국과 정부로부터 연일 압박을 받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행동에 나섰다. 대출금리를 낮추고 취약계층 지원에 힘쓰기로 한 것.
‘이자장사’ 지적에 시중은행, 금리 낮추거나 방안 고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다. 가장 먼저 케이뱅크가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낮추기로 했다.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은 전 고객 대상으로 금리를 연 0.35∼0.36%p 낮춘다. 이에 따라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88∼5.37%에서 연 4.53∼5.03%로 내려간다.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도 일반전세는 연 0.41%p, 청년전세는 연 0.32%p 인하했으며, 변동금리 상품인 금융채연동금리(6개월) 상품의 금리는 연 0.3%p 낮춘 연 3.50∼4.29%가 적용된다.
NH농협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오늘부터 0.1%p 확대한다. 우대금리 폭을 넓히면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일어난다. 우대금리 제공 요건은 농협은행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에 월 2만원 이상 납입하는 것으로 비교적 간단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p, 0.55%p 낮춘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8월 말까지 주담대 상품에 대한 0.2%p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행보는 자발적이라기 보단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일 은행들이 ‘이자장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지나친 이익 추구 비판 커져”…정치권도 연일 ‘은행 때리기’
이 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 금리차가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후 23일에도 이 원장은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이나 메커니즘(구조)에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면서도 “우리 헌법과 은행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은행의 공공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와 관련해 감독당국의 어떤 역할이나 권한이 있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 뿐 아니라 정치권도 시중은행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23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최대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활력을 불어넣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 혼자 뛰어서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민·관이 위기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가계 부채는 가정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분담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도 살핀다…은행권 “자발적 노력 이해해 줬으면”
금리 인하와 함께 취약부문의 금융애로를 완화하기 위한 TF(테스크포스)도 가동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금융협회, 전문가 등과 함께 취약계층별 금융애로사항에 대한 현장의견을 청취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취약부문 금융애로 대응 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현장의견 청취의 첫 일환으로 10개 금융지주 총괄 부사장들이 참석해 주요 금융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는 금융권에 소상공인 고금리 대환대출(8조5000억원), 소상공인 채권매입 후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30조원), 안심전환대출(40조원) 등 추경에 포함된 소상공인·가계 지원책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참석자들이 해당 사업을 최대한 조기에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긴축기조로 금리는 오르고 자산가격은 조정(하락)되고 있는 만큼 취약 차주의 건전성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금융권 스스로 취약차주를 보호하고 이들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처럼 금리상승기 당국과 은행들의 다양한 논의가 오고 가는데 은행업권에선 최근 당국과 정치권의 발언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래 없는 금리 인상기 속 시장금리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 은행들의 대출금리 지적 이전부터 자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방안들을 시행해왔다”며 “또한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만든 수익성을 두고 과도한 이익을 편취한다는 지적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