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아이의 언어발달이 느린 탓이다. 아이가 말을 잘 하지 않고 발음도 부정확하다. 아이가 한창 말을 배워야 할 시기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탓에 어린이집을 보내도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결국 아이에게 언어치료를 받도록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보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펜데믹 3년여간 바깥 활동이 제한되고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발달 과정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되며 영유아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언어치료를 찾는 부모들도 생겼다. 언어치료사 B씨는 28일 쿠키뉴스에 “코로나19 시기 이후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꾸준히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은 소리를 듣고 따라할 뿐 아니라 입 모양을 보며 모방을 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시기 마스크를 착용하며 입을 가리게 되다 보니 언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발달이 늦어지면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부분이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부분이 늦어지기 때문에 인간관계나 일반적인 대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코로나19를 겪은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교사들의 입 모양이나 표정이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교사 14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9%는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아동들의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보육교사들의 마스크 의무착용 장기화로 인한 영유아의 언어·인지·사회성 등 뇌 발달 지연을 예방하고자 입 모양이 보이는 마스크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28일 한양대병원에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주최, 성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 주관 ‘2022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캠페인 대국민 공개강좌’가 열렸다. 이번 강좌는 ‘포스트 코비드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아이들’을 주제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사회적 경험이 감소하면서 아이들의 사회화 기회가 위축됐다고 학회는 분석했다. 사회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타인과 관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능력, 정서조절 능력, 상황에 대한 이해력, 의사 표현력을 익히며 발달하는데, 코로나19로 대화 및 그룹활동, 야외 활동이 제한된 탓이다. 등교일수가 감축되며 학교 적응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가족 외 타인과의 사회적 경험을 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학회는 아이가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유아 시기 뇌 발달은 경험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양육자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3~5세는 질 높은 상호작용을 위해 부모의 역할 놀이 참여 등을 통해 사회성, 사회기술, 언어발달을 촉진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