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 전당대회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결정한 ‘전당대회 룰’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폐기하면서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사퇴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에서 전준위 안을 폐기한 것을 두고 친이재명계(친명)에서는 비이재명계(비명)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전준위는 지난 4일 기존 컷오프(예비경선) 경선 룰과 관련해 중앙위원 투표 100%인 현행 방식을 중앙위원 70%, 여론조사 30%로 조정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비대위에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1인 2표제’인 최고위원 선거를 2표 중 1표는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 후보에게 행사하도록 수정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컷오프 경선에서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비대위의 룰 번복을 비판하며 사퇴했다. 그는 전날(5일) 페이스북에서 “당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자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을 신설·확대(예비경선에서 30% 신설, 본경선에서 10%에서 25%로 확대)했으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안을 폐기했고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직격했다.
그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비대위가 도입한 권역별 투표제 역시 유례없는 제도”라며 “권역별 투표제는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으로서 투표권 제한의 강도가 가장 높고 거친 방식”이라고 했다.
전준위원인 김병욱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우리가 패배한 핵심 원인은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정부의 실정과 당의 일방통행”이라며 “따라서 지도부 선출과정에 민심이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예비선거와 본선거에 이 정신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전준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결정한 면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의결하는 당무위에서 토론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오전 광주 전남대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전준위가 비대위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결정한 면도 있다”며 “일요일(3일)에 비공개 비대위 간담회를 했다.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때 이견이 노출됐다. 기관 사이 견해 차이를 말할 수 있는 것이고 비대위가 전준위를 무시했다고 말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종 결정은 6일 당무위원회에서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명계 의원들은 비대위의 결정이 ‘과거로의 회귀’라며 반발했다.
정성호·김남국 의원을 비롯한 친명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르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게 되는 문제를 지속하게 된다”며 “비대위의 결정은 오랜 기간 지적돼 온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 선출에 당원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에 대해 전준위가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보완하려 했으나 비대위가 막아선 것이다. 극소수 중앙위원급 위원들로 전대 본선 진출 기회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문계’(친문재인계) 신동근 의원은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의원은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현행 룰대로 전대를 치르는 것”이라며 “룰에 변화를 주면 전대의 이해관계자들이 유불리를 따지게 되고 이것이 갈등 요인이 될 것은 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비대위의 결정을 번복한다면 이는 비대위를 탄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만일 또 전대를 앞두고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면 이제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초선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큰 방향은 국민이 우선되고 당원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가장 정확하고 대선 당시 나왔던 혁신안이 반영되는게 일단 1차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비대위가 전준위 안보다 더 후퇴한 안을 제시한 상황이다”며 “혁신안은 당원 50%인데 전준위가 국민 30%로 낮췄고 비대위는 아예 0%로 했다. 지금 사실상 역대 기상천외한 룰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대위 룰과 관련해 수습 방향에 대해선 “현행 단계라도 유지해야 한다”며 “지금 논의되는 모든 안을 다음 전당대회에 적용하더라도 지금은 최소한 현행 규정대로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