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로 퇴임하게 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재임 기간에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고 회고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당분간 김소영 부위원장이 대행하는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고승범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1997년 외환위기 등 많은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다”면서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렀다는 느낌이다”고 퇴임사를 전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고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취임 당시 한국의 가계부채는 1800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고 위원장은 취임 당시 “급증한 가계부채 위험요인을 제거하겠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진했다.
고 위원장은 “부채 관리가 국민으로부터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위험 관리를 금융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외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연준은 최근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 인상을 추진 중인데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 등 불확실성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도 우리는 민간부채 급증에 한발 빠르게 대응을 시작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고 위원장은 부채 관리 외에도 가상 자산 제도화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에 대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 정립 등도 성과로 꼽았다.
또한 금융사들에 가계부채 총량을 전년보다 5% 수준 이상 늘리지 않도록 주문하는 등 강력한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더욱 강화해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 5월 사의를 표명했으나,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사의를 표명한 지 약 두 달 만에 이임식을 하게 됐다.
고 위원장이 퇴임하면서 금융위원회는 당분간 김소영 부위원장이 대행하는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