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 양성인 유방암 환자에서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새 치료법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연희·김지연 서울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정경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안희경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GS) 유방암분과에서 국내 6개 기관과 함께 진행 중인 ‘Neo-PATH 임상연구’ 2상 결과를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다른 유방암과 비교해 재발률이 높고 예후도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환자 생존율을 높이려 수술에 앞서 세포독성항암제(도세탁셀, 카보플라틴)와 표적항암제(트라스트주맙, 퍼주투맙)를 섞은 ‘TCHP 선행항암요법’을 진행한다. 높은 완전관해율을 보여 표준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치료 후 평가에서 암이 사라지는 완전 관해율이 50~60% 수준에 달하는 만큼 임상 현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늘어난 효과만큼 세포독성항암제의 독성도 덩달아 커지는 게 문제로 꼽혔다.
골수세포나 위점막세포 등 정상분열세포들이 공격받아 3등급 이상의 설사가 빈번해 패혈증에 이르는 경우도 나왔다. 또 말초신경병이 자주 발생하는 통에 환자가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TCHP 항암을 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최근 각광받는 면역항암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기존 치료법에서 세포독성항암제 중 하나인 카보플라틴을 빼고 그 자리에 면역항암제인 아테졸리주맙을 추가했다.
연구팀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주관으로 국내 6개 의료기관에서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 사이 모집한 HER2 수용체 양성 환자 67명을 대상으로 새 치료법 ‘Neo-PATH’를 적용해 추적, 관찰했다.
환자 평균 나이는 52세로 유방암 크기는 2cm가 넘었다. 임상적으로 유방암 병기가 2기에서 3기에 해당하는 환자들이며 선행항암치료 대상이다.
환자들은 새 치료법에 따라 3주 간격으로 6차례에 걸쳐 선행항암치료를 받은 뒤 암이 진행된 2명을 뺀 나머지 65명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세포독성항암제 도세탁셀을 마저 빼고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만 12차례에서 14차례까지 항암치료를 추가로 진행했다.
그 결과 항암치료 종료 후 새 치료법에 참여한 환자의 61%가 완전 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됐다.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근육통(75%)이 가장 흔했고, 이어 탈모(67%), 발진(64%)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등도 이상으로 치료 부작용이 컸던 호중구 감소증과 열성 호중구감소증 환자는 각각 12%, 5%에 그쳤다. 특히 면역 관련 부작용은 6%로, 다른 연구와 흡사한 결과를 보였다.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면역항암제 병용 투여가 이제 막 효과를 입증하기 시작한 만큼 HER2 양성 유방암에서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연구팀은 추가 연구로 근거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상 2상으로 환자 규모가 작은데다 대조군 없이 진행된 게 한계점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박연희 교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표적항암제 개발 이후 환자 예후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재발과 전이가 잦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방암과 싸울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도 그러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임상종양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 중 하나인 ‘자마 온콜로지(JAMA Oncology, IF=31.777)’ 최근호에 게재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