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단행 코앞…가계·기업 모두 ‘보릿고개’

한은, 빅스텝 단행 코앞…가계·기업 모두 ‘보릿고개’

1인당 이자부담 36만원 증가…중소기업 타격이 ‘우려’
채무상환 부담 증가될 듯…“이자부담 경감방안 필요”

기사승인 2022-07-13 06:10:0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13일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이 ‘빅스텝’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것. 하지만 빅스텝으로 인해 올라가는 시장금리로 가계와 기업 모두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될 예정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가 6월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49개 기관)을 상대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 수준에 대해 설문한 결과 64%는 빅스텝(0.5%p)을 예상했다. 34%는 0.25%p를, 2%는 자이언트 스텝(0.75%)을 예상했다. 

사실상 전체 답변자들이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0.5%p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 본 것.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사상 첫 3회 연속 금리인상이라는 기록과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한 번에 0.5%p를 인상한다는 기록 2개가 생겨나게 된다.

이처럼 금통위가 이전에 없던 사례를 만들 것이라 예상할 정도로 빅스텝은 필요불가결이란 것이 금융권의 생각이다. 그 가장 큰 근거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으로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전월대비 6% 상승했다. 이는 5월(5.4%) 상승폭보다 0.6%p 확대된 것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도 함께 맞물리고 있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이에 따른 물가상승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1.75%로 한국(1.75%)와 상단이 동일하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미국이 추가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리역전 현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빅스텝이 실행되면서 생겨나는 부작용들이다. 특히 금리상승기인 현재 0.5%p의 기준금리가 올라갈 경우 늘어나게 될 이자부담이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무려 77%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 기준 기준금리가 0.25%p, 0.5%p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하고, 인당 이자부담은 약 18만원, 36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문에서도 이자 증가는 부담스럽다. 대한상공회의소 SGI는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기업보다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 보고 있는데, 기준금리 0.5%p 인상시 대기업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금리가 오를 뿐 아니라 ‘문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전분기(19) 대비 13p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 대출을 더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는 금융기관이 많아졌다는 것을 말한다. 대출태도 지수(100~-100)는 마이너스일 경우 대출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다.

또한 국내은행의 신용위험이 전분기(26)보다 증가한 38으로 전망됐다. 특히 가계의 신용위험은 39에 달할 것이라 봤는데,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증대될 것이라 금융사들이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대출금리를 내리거나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기준금리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서라지만 일반 차주들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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