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은은 창립이래 최초로 기준금리를 0.5%p 올리고, 3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신기록 2개를 같은날 세우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흐름은 불확실성이 높고 물가는 이미 상당히 높은 상태로 고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됐다”며 “이를 막기 위해 선제대응이 필요했다”고 빅스텝 단행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올라간 기준금리는 당분간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금리에 즉각 반영이 될 예정인 만큼 이번달 내로 예·적금 상품 금리가 상승할 전망이며, 잠시 하락세를 그렸던 대출금리도 불가피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거래량을 비롯해 수요가 줄고 있는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 올린다…“최대 0.9%p까지 인상”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는 변환는 예·적금 등 수신금리 상품들이다. 이미 몇몇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전 상품의 금리를 먼저 올리는 ‘선반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인 지난주 선제적으로 예적금 25종의 수신금리를 0.7%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 금리’는 3.0%의 금리를, ‘신한 쏠만해 적금’은 0.3%p를 올려 연 5.3%가 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대 0.9%p까지 수신상품의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오는 14일부터 22개 적립식예금(적금) 금리는 0.25∼0.80%p, 8개 거치식예금(정기예금) 금리는 0.50∼0.90%p 인상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월 복리 적금 상품인 주거래하나와 급여하나, 연금하나 상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최고 3.20%에서 3.70%, 3년 만기 기준 최고 3.50%에서 4.00%로 0.50%p씩 오른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로 수신금리 인상에 합류했다. 최대 인상폭은 0.8%p로 비대면 전용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을 최고 연 3.10%에서 최고 연 3.60%로 인상한다. 그 외 다른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0.25~0.50%p 인상한다.
우리은행은 시장금리 연동상품으로 ‘WON플러스 예금’ 등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금리 상승을 반영해 시중은행 최고 금리 수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우리 SUPER주거래 적금’은 최고 연 3.65%에서 최고 연 4.15%로 인상한다. ‘우리 으쓱(ESG) 적금’은 최고 연 2.90%에서 최고 연 3.70%로 올라간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선반영한 은행들을 비롯해 나머지 은행들도 이번주 내로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내로 예금 금리가 평균 3%대를 넘어 4%까지 진입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낮아지던 대출금리, 다시 오른다…부동산 시장 ‘한파주의보’
다만 안타깝게도 잠시 하락세를 그리던 대출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7월 2.81%에서 올해 5월 3.90%로, 상호저축은행 주담대 금리는 4.91%에서 5.02%로 각각 1.09%p, 0.11%p 인상된 상황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된다면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의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2008년 12월(3.0%)과 2009년 1월(2.5%) 당시의 신규 주담대 금리를 보면 각각 연 6.81%와 5.63%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주담대 금리는 당분간 더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주택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갭투자족들의 충격도 커질 전망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서울 지역 부동산 매매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집을 산 39세 이하 매수자(6만4185건) 중 52%(3만3571건)가 갭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관련 가계대출자들은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이 다른 차주보다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 관련 대출 보유 차주의 채무상환부담 정도를 보면 LTI(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가 20201년말 기준 346.4%로 해당 대출이 없는 차주(152.0%)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였다. DSR(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 비율)도 주택관련 대출 보유 차주(47.6%)가 미보유 차주(25.9%)보다 1.8배 정도 높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보유한 차주의 DSR은 80%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부채상환부담이 늘면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더군다나 주택보유 차주는 소득감소나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충격시 더 취약하다”며 “특히 DSR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거나 자산 매도 등을 통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대출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업계에선 대출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단기간 대출이자 부담 급증에 따른 일시적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지원 필요하다”며 “주택담보대출자의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 도입하고 대상 확대 통해 수혜폭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