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리인상기와 맞물려 2금융권 곳곳서 위험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조달금리가 증가하면서 이익폭은 갈수록 감소하는 가운데 취약차주가 늘어 연체율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내 대출의 부실 위험 징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났지만, 이와 맞물려 연체율 등 자산안전성도 하락한 것.
금감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2금융권 가계대출은 약 35조원 늘어 전년(11조5000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어났다. 해당 수치는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107조5000억원)의 약 33%에 달하는 규모다.
먼저 2금융권 가운데 저축은행의 대출이 가장 크게 늘어났다. 저축은행의 대출규모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말 16조7705억원에서 지난해 말 28조6786억원으로 2년 새 71% 대폭 증가했다. 대출규모가 늘어난 만큼 부실도 늘어났다. 저축은행의 잠재부실률은 2020년 말 3.2%, 지난해 말 3.8%에서 올 3월 말 기준 4.1%로 증가했다. 잠재부실률은 전체 대출 잔액 대비 30일 이상 연체된 채무잔액을 말한다.
또한 저축은행에 30일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차주 규모는 지난해 말 10만3255명에서 올 3월 말 11만3020명으로 9.4%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7만14명에 비해 61.4% 증가했다.
카드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NH농협)의 지난달 기준 카드 대환론 잔액은 총 9821억원으로 지난해 말(9035억원) 대비 약 10%가량 증가했다. 카드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갚아야 할 돈을 다시 대출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여기에 지난달 말 기준 리볼빙(결제금액이월약정) 규모는 6조4163억원으로, 같은기간(6조823억원) 대비 5.5%(3340억원) 증가했다. 해당 상품군들의 이용이 늘어난 것은 상환 여력이 저하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보험사의 대출채권 건전성 및 손실흡수능력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업권 다중채무자의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5%에 달했다. 이는 은행(10.4%)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취약차주로 꼽히는 저신용등급(7~10등급) 차주의 비중도 13.9%로 은행 6.1%, 상호금융 7.3%에 대비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2금융권 전반에서 대출부실 징후가 나타나면서 금융업체들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지만 ‘기준금리 상승’이라는 악재가 또 나타났다. 그나마 수신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은 비교적 낫지만,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만 대출이 가능한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이자마진 축소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실 증가와 순이익 감소라는 어려움을 마주한 2금융권에게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와 대손충당금 적립을 주문했다. 대손충당금이란 부실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두는 돈을 말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저축은행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중채무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분기부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률 증가추세가 이어진 가운데 13일 빅스텝이 단행되면서 하반기 더 큰 폭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자체적인 부실 방지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