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늘리고 저금리 전세대출 보증도 확대하는 등 서민경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상공인 지원 부문서 시중은행들의 일방적인 부담을 요구하는 정책에 금융권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약 125조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된 이번 서민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금융 애로 완화와 함께 주거 지원, 청년층 채무부담 완화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소상공인 지원 대출’ 만기의 재연장이다. 당초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금융권의 소상공인 자금지원이 약 2년간 지속됐다.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지난 14일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 총액은 168조532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실상 ‘재연장’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금융당국이 정부가 직접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새출발기금’ 대상에서 빠진 소상공인 대출들에 대해 은행들이 최대 20년의 장기 분할 상환을 자율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
먼저 ‘새출발기금’은 취약층 대출자의 30조원 규모 부실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해주는 사업으로,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거치 기간은 최대 1∼3년이며, 최대 10∼20년 장기·분할 상환에 대출금리도 인하해준다.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대해서는 60∼90% 원금 감면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30조원 규모로 시행되는 새출발기금 프로그램 대상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138조 규모의 채무 및 이자들은 금융사들이 전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서 빠진 약 70조원에 대해서도 차주별 부실 정도에 따라 은행이 기금과 동등한 수준의 채무조정 조치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사들의 고민이 더 커진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당정에서 금융사들이 금리 인상기에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에 최대한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고통 분담에 나섰다”며 “하지만 이번 소상공인 대출 연장 조치에 대해선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초부터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준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상환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을 시작한 바 있는데, 사실상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리면서 획일화 될 예정”이라며 “당근 없는 채찍만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금융사들 입장에선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