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4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 경쟁에 나선 후보들의 행보가 연일 관심을 끌고 있다. 당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받는 이재명 의원은 지난 17일 출마선언 후 18일 DJ 묘소를 찾아 호남 표심 공략에 주력했고, 97세대 박용진 의원은 부산 명지시장에서 우중 출마선언을 통해 ‘노무현 마케팅’에 집중했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까지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당대표 출마자는 총 8명으로 이재명 의원을 비롯해 박용진, 김민석, 강훈식, 강병원, 박주민, 설훈 의원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등록했다.
이재명 의원은 후보 등록 첫날인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권 도전 선언과 함께 다음 날인 18일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국립현충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당권 도전 선언으로 모든 이목이 쏠린 상황에 DJ 묘역 참배를 택한 것은 호남 민심을 의식한 걸로 보인다.
이 의원은 DJ 묘역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결국 통합의 정신으로 유능함을 증명했다”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닮고 싶은 근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의원의 DJ 묘역 참배는 호남 민심을 의식한 까닭으로 봤다. 민주당에게 호남은 단순히 지역이 아니라 상징적인 곳으로 호남 민심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당대표 선거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동현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10%까지 치솟으면서 잠재적인 경쟁자 관계에 있는 이 의원이 호남을 더욱 의식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의원의 호남 지지세가 별로인 걸로 드러난 가운데 호남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 이 의원은 호남 민심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호남 정치의 상징인 고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가장 먼저 참배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뿐 아니라 설훈과 김민석 의원도 같은 날 서울 국립현충원 DJ 묘역을 참배했다. 특히 설훈 의원은 서울 국립현충원을 들렸다가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직접 찾아 호남 민심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당대표 후보들이 호남 민심에 크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호남이 민주당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일 뿐만 아니라 민주화를 이룩한 민주당의 정신적인 기치가 서린 곳이 호남이기도 하다.
최요한 시사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지금의 민주당으로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DJ 때부터라고 보는 게 맞다”며 “민주당에게 있어 호남은 지지텃밭의 의미를 넘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이고 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 보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위기 시에 항상 호남이 먼저 일어섰기에 민주당원들의 고향인 셈”이라며 “이런 까닭에 민주당 당대표로 나선 후보들이 호남을 가장 먼저 챙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의 대항마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호남이 아닌 영남에서 출마선언했다. 호남 출신인 박 의원이 지역적 연고가 없는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서 18일 우중에서 출마 선언에 나선 이유는 노무현 마케팅 때문이다.
당내 비주류인 박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을 통해 과거 노무현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 주눅들지 않고 극복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박 의원은 “‘유세할 때 나 혼자 이야기하라니까 말문이 막힌다’면서 당황스러워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모습을 기억한다”면서 “그런데도 또박또박 지역주의 정치,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야무지게 이야기했던 노무현 대통령처럼 민주당 안에 가득한 계파 독점 정치, 악성 팬덤에 끌려가는 정치 이겨내고, 국민을 둘로 갈라 세우는 진영 대립정치 끝내겠다는 말씀을 드리려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은 도전자로 이인제 대세론에 모두가 다 주눅 들어있을 때 노무현은 주눅 들지 않았다. 안방 대세론, 허망한 대세론이 아니라 국민을 믿고 상식을 믿고 이기는 길을 가겠다고 하는 노무현의 다부진 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