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현행 통신조회, 헌법불합치” 공수처 “법 개정 적극 참여“

헌재 “현행 통신조회, 헌법불합치” 공수처 “법 개정 적극 참여“

기사승인 2022-07-21 18:57:12
헌법재판소 외관.   쿠키뉴스DB

수사·정보기관이 영장 없이도 통신사를 통해 가입자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영장 없이 통신 조회를 해왔던 수사기관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1일 전기통신사업법 83조 8항에 청구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불합치는 특정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공백을 방지하고자 법 개정까지 일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해당 법률은 2023년 말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입법부는 이 기한까지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심판 대상인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수사기관이 수사·재판·형 집행·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에게 통신자료의 열람과 제출을 요청할 경우 사업자는 해당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한다.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 없이도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관행을 뒷받침하는 근거 조항으로 꼽혀왔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절차’를 두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는 “효율적인 수사와 정보수집의 신속성, 밀행성 등의 필요성을 고려해 사전에 정보주체인 이용자에게 그 내역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취득한 이후에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신자료의 취득 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절차를 두지 않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해당 법조항이 적법절차 원칙은 물론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돼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통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취득 자체가 헌법 위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헌법상 영장주의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적용되는데, 통신자료 취득은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는 임의 수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법소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이 지난 2016년 제기했다. 헌재는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과정에서 기자와 시민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이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도 병합 심리됐다.

공수처는 헌재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국회가 해당 법 조항 개정을 추진하면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라며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통신자료(가입자정보) 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통신수사 통제 방안을 마련했다”며 “4월 1일부터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시행 중인 주요 제도는 △통신자료조회심사관에 의한 사전·사후 통제 △통신자료 조회 점검 지침(예규) 제정 운영 △통신자료 조회 기준 마련 및 건수별 승인 권한 지정 △통신자료 조회 상황 수사자문단 정기 보고 및 심의 의무화 △통신자료 조회 대상 선별 분석 프로그램 도입 등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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