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입법 통제를 위해 자신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정쟁으로 몰고 가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간 의정 활동을 통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을 법안 발의한 것에 불과하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 등으로 몰아가면서 정쟁 요소를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부를 견제 역할을 하는 국회가 여야 구분 없이 관련 입법을 적극 추진하면서 정부로부터 침해받는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의원은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의정 활동 중 모든 시행령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들여다볼 시간이 거의 없지만, 어떤 계기가 생겨 들여다보면 시행령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그럴 때마다 관련 부처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행정부의 성의 있는 대응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토위 국정감사 당시 상황을 예를 들면서 행정부의 시행령 위법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2014년 발생한 열차충돌 및 탈선사고가 발생해 국회에서는 ‘기관실 내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철도안전법을 개정했음에도 하위법령인 국토부 시행령에서는 ‘운행 기록 장치를 단 경우에는 CCTV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었다”며 “국감에서 이를 지적하자 ‘철도노조가 난리를 쳐서 그랬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령의 위법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행정입법 통제가 필요성을 절감해 왔고, 대선·지선 국면을 지나서야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선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법발의 당시 이슈가 돼 많이 놀랐다”며 “일각에서는 정부완박, 국정 발목잡기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지만, 국회법 개정 법안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임지봉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위헌 아냐”
방승주 “독일 연방의회, 행정입법 직접 개정권도 지녀”
이날 이뤄진 토론회에서는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관련 법안이 정부 측의 주장과 달리 결코 위헌적이지 않다는 헌법학자들의 논리가 전개됐다.
발제자로 나선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부의 행정입법 제정권은 헌법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권한이 아니라 국회가 단지 위임한 것 뿐”이라며 “국회가 부여한 권한을 행사한 행정부가 이 법안이 자신들의 행정입법 제정권 침해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사법부의 위헌명령규칙심사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 개정으로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요청권을 가지게 되더라도 사법부의 위헌명령규칙심사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행정부가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에 자신들의 행정입법이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 보고하고, 사법부에 위헌명령규칙심사를 청구하거나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 의회들의 행정입법 통제사례를 예시로 우리나라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제처가 독일 사례를 들면서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가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틀린 주장”이라며 “독일 헌법에 연방의회 행정입법 동의권이 명시돼 있지 않음에도 통지유보, 설명유보, 동의유보, 폐지유보 등 행정입법에 대한 다양한 개입과 관여 권한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더 나아가 연방의회가 직접 행정명령을 개정하는 것까지도 허용하고 독일 법원도 의회의 행정입법 통제권 행사를 합헌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