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다시 한 번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리상승기 비은행계열사의 부진이 2분기에도 이어졌지만 은행의 실적 향상으로 금융지주 전체의 순이익도 크게 늘어난 것.
이와 함께 그간 3위를 사수하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에게 역전당하면서 그간 약점으로 지목되던 ‘비은행계열사’의 부족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 사건도 발생했다. 또한 금융지주의 실적이 늘어난 만큼 최근 이자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차주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시 한 번’ 실적 갱신…4대 지주 순이익 9조원 달성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 8조96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해당 수치는 전년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각각 2조7566억원, 2조72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우리금융지주는 1조7614억원으로 23.47% 늘었다. 하나금융지주는 1조7274억원을 기록했는데, 유일하게 하나금융은 전년동기 대비 1.45%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1분기와 마찬가지로 이자이익 증가가 금융지주의 실적 향상을 이끌어냈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을 살펴보면 상반기 18조8674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상반기(12조6051억원) 대비 21.7% 늘었으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개별 금융지주를 살펴보면 KB금융(5조4418억원)과 신한금융(5조1317억원)은 처음으로 5조원대를 넘어섰고, 하나금융(4조1906억원)과 우리금융(4조1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같은 이자이익 증가는 올해 급증하기 시작한 대출과 시장금리 상승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고강도의 가계대출 규제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기업대출은 꾸준히 늘어 올해 초 대비 5% 증가했다. 또한 기준금리가 지난해 7월 0.5%에서 1.75%p 증가한 2.25%를 기록하면서 시장금리도 급등해 순이자마진(NIM)도 증가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2분기 NIM은 1.73%로 전분기보다 0.07%p, 신한은행의 NIM은 1.63%로 0.12%p 올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NIM도 0.9%p씩 상승했다.
‘효자 노릇’하던 비은행계열사의 ‘약세’…우리금융, 하나금융 제쳤다
상반기 금융지주의 실적발표에서 주목할 사항은 우리금융(1조7614억원)이 하나금융(1조7274억원)의 순이익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또한 2분기 기준으로 보면 신한금융(1조3204억원)이 KB금융(1조3035억원)의 순이익을 뛰어넘었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가 실적상승을 이끌어낼 때 유일하게 전년동기 대비 1.4%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화폐성 환차손 발생, 1분기 중 실시한 특별퇴직 등 일회성 요인이 실적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은행계열사의 부진 속 은행이 희비를 갈랐다. 먼저 우리은행은 전년동기 대비 21.6% 상승한 1조5550억원의 순익을 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전년동기 대비 9.6% 상승한 1조3736억원을 기록했지만 우리은행에는 못 미쳤다.
비은행계열사를 보면 하나금융 비은행 부문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던 하나증권(1381억원)은 증시 부진에 전년동기 대비 순익이 49.6% 급감했다. 여기에 하나카드(-16.5%)도 순익이 줄어든 가운데 그나마 하나캐피탈이 전년대비 30% 상승한 1600억원대 순익을 내며 선방했다. 이외에도 하나자산신탁(501억원, 20%) 하나저축은행은(145억원, 10%) 하나생명(109억원, 16%)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비은행부문은 ▲우리카드 1343억원(10.63%) ▲우리금융캐피탈 1249억원(51.40%) ▲우리종합금융(2.95%) 453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하반기에도 호실적 잔치는 이어진다…‘고통분담’ 압박도 커질 듯
4대 금융지주의 실적 향상 속 하반기에도 호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25%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2.75%에서 3.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자수익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가 0.25%p 높아질 경우 주요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0.03∼0.05%p, 이자이익이 1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를 단순 계산해도 최소 2000억원 이상의 이자이익 확대가 예상된다.
이같은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잘 드러났다. 김재관 KB국민은행 CFO는 “2021년 연간 NIM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 중 NIM이 0.11%p 개선됐다”며 “조심스럽게 예상하기로는 하반기에도 0.05∼0.06%p 이상의 추가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태경 신한금융 CFO 역시 “연말 기준금리를 3% 수준으로 가정하고 있다”며 “NIM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3분기 신한은행 기준 1.7%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실적 기대감과 함께 금융권을 상대로 한 금융당국의 ‘고통분담’ 압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에서 빠진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4일 “금융권에서 운영하는 각종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이 실효성 있게 작동해 취약차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세심하게 살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 금융권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만큼 이에 맞는 환원 프로그램을 각 사별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서 하반기 실적 상승폭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