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황당 공사로 가뭄 극복시설 ‘무용지물’

농어촌공사, 황당 공사로 가뭄 극복시설 ‘무용지물’

‘사업비 부족’ 이유로 물길 연결 없이 공사 마무리…진도지사장 징계

기사승인 2022-07-28 16:36:41
한국농어촌공사 진도지사가 군비를 보조받아 추진한 가뭄 극복 사업을 허술하게 시행해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어촌공사 진도지사가 군비를 보조받아 추진한 가뭄 극복 사업을 허술하게 시행해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민들의 원성이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공사를 마무리했지만, 극심한 가뭄 속 용수를 확보하지 못한 농민들은 제때 모내기를 하지 못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특히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지만, 설계 검수와 시공, 준공 어느 과정에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해 ‘허술한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28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전남본부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군비보조금 관리업무 소홀과 언론 대응, 민원 처리 미숙 등의 책임을 물어 지사장에게 ‘엄중 경고 주의’ 조치했다. ‘주의’ 징계지만 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진도지사는 지난 2019년 12월, 진도군으로부터 시설사업비 5000만 원을 지원받아 가뭄 예방을 위한 ‘둔전지 퇴수 재활용 관로 연결 공사’를 시작했다. 사업명은 ‘2019 군비지원 둔전간이양수장 보수공사’다

둔전지에서 내려온 퇴수를 간이양수장에 모아 다시 저수지로 끌어 올려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간이양수장에서 저수지까지 1㎞가량의 수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그러나 간이양수장 모터 펌프부터 수로까지 40여m를 연결하지 않은 채 2020년 3월 공사가 끝났다. 40여m가 설계에조차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000만 원의 군비가 무용지물이 됐지만, 이 사업은 아무런 문제 없이 준공 처리됐고, 이후 가뭄이 심하지 않아 간이양수장 물을 사용할 일이 없었던 탓에 2년여 동안 부실이 들통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봄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 물이 바닥나면서 농민들이 간이양수장 물을 사용하려다 황당한 현장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관로가 연결되지 않은 탓에 시설은 무용지물이 됐고, 농민들은 제때 모내기를 하지 못하는 피해를 떠안았다.

뒤늦게 부실이 들통나자 진도지사는 700만 원의 자체 예산을 들여 지난 6월 초 급하게 공사를 마무리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본부 관계자는 “군에서 지원받은 사업비가 부족해 마무리하지 못한 사업이다”며 “추가예산을 빨리 확보해 사업을 마무리 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됐고, 시스템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지만, 여전히 사업비 탓만 하고 있다.

진도군 관계자는 “진도군이 사업비 전액을 책임지고 농어촌공사에 사업을 위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둔전지 관리주체인 농어촌공사가 사업을 하는 것인데, 진도군민들이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사업비 일부를 보조해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진도군이 사업 주체가 아니라 준공검사를 하거나 설계 감리를 하는 등의 역할이 없이 보조금에 대한 정산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