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실적에서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생명보험업권은 말 그대로 ‘울상’을, 손해보험업권은 ‘함박웃음’이라는 결과가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손해보험업권도 좋은 성적표를 받기 힘들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한화생명이 실적을 발표했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상반기(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106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4% 급감했다. 이 중 한화손보 등 자회사를 합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16.8% 감소한 4174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소속 생보사들의 실적도 한화생명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KB금융지주 산하 푸르덴셜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77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0% 줄었고, KB생명은 347억원 순손실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신한금융의 신한라이프는 전년동기 대비 10.2% 감소한 2775억원, 하나금융의 하나생명은 109억원으로 47.7% 감소한 순익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생보사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NH투자증권은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삼성생명의 2분기 예상 지배순이익은 2084억원으로 대규모 즉시연금 충당 부채 적립이 있었던 지난해 2분기(766억원)보다는 증가하겠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크게 하회할 것”이라며 “변액 보증 준비금 적립 부담이 1500억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교보생명도 지난 1분기 순익이 25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 줄어들면서 특별한 일회성 요인이 없다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생보사들의 실적 감소는 올해 들어 증시 불황으로 변액보험보증준비금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주가가 하락하면서 보험사의 투자 수익률이 감소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 현재 NH농협생명만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9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82억원) 대비 100.0%나 증가했는데, 이는 농협생명이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라이선스가 없어 악재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생보사와 달리 손보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손보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439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07.5%(2967억원) 급증하며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나머지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해상은 전년동기 대비 23.2% 증가한 3068억원, DB손해보험은 22.7% 상승한 5225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 역시 4202억원의 순익을 기록, 전년대비 43.9% 증가한 실적을 보일 전망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7441억원에서 7315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손보사의 실적 향상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이 79~81%로 잡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88%에서 최대 91%까지 올라갔던 만큼 누적손실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전체 자동차보험으로 인한 손보사의 손실금액은 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손해보험협회와 손보사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0개 손보사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73.7%~87.5%로 집계됐다. 1년 전 75.8%~87.4%인 것과 비교하면 조금 더 낮아진 셈이다.
다만 이같은 호실적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하반기 여름휴가와 태풍이라는 특성이 겹치면서 손해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실제로 이미 손해율이 상승할 기미는 보이고 있는데 손보 상위 4개사의 일평균 사고건수는 상반기 2만566건이었으나 7월에는 2만2683건으로 상승한 상황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장마의 경우 예상보다 큰 규모가 아니라 손해율이 상승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여름휴가와 함께 태풍이 예상되는 만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실적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