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야 돼요. 그런데 PCR 검사 비용만 10만원 정도예요. 어머니는 검사비용이 부담돼서 병원 1층에서 기다려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판정을 받은 조재현(가명‧29)씨의 이야기다. CRPS는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만성적으로 신경병성 통증이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조씨는 지난 2월, 정부 지침이 바뀌면서 CRPS 치료비에 더해 PCR 검사 비용까지 온전히 떠안게 됐다. 입원이나 수술을 할 때마다 내야 하는 10만원 내외의 검사비는 조씨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간병인 역시 PCR 검사를 받아야 동행할 수 있는 탓에 보호자가 병원 로비에서 기다린 일도 여러 번이다. 보호자의 PCR 검사비까지 더하면 한 번에 2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에는 약물주입펌프 리필을 위해서 1주일에 1번씩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PCR 검사를 받았다. 보호자 PCR 검사비까지 더하면 부담이 커서 혼자 입원실에 들어간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전 국민 대상 무료 PCR 검사 지침이 바뀐 탓이다. 정부는 우선 검사 대상자가 아니지만 PCR 검사를 원할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지 않고 검사 비용 전액을 환자 부담으로 돌렸다. 우선 검사 대상자는 60세 이상 고령자, 밀접접촉자, 해외입국자에 한정됐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입원을 위해 주기적으로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조씨는 선별검사소를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조씨는 “수술을 하려면 신속항원검사(RAT)가 아닌 PCR 검사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집 주변엔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큰 병원이나 보건소가 없어 멀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소도 규정이 매번 바뀌어 PCR 검사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전화도 잘 받지 않아 PCR 검사를 받을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자체도 조씨에게 큰 두려움이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약을 처방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조씨는 “코로나19로 격리됐을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도 거의 안 만나고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꼭 쓴다”고 했다.
보호자들도 속이 타는 건 마찬가지다. CRPS 환자 아들을 둔 어머니 김미자(56)씨는 “만약 제가 코로나19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난다. 1달에 1번은 정기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아들이 양쪽 발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혼자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돌볼 사람이 없어서 코로나19에 걸릴까 조심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지원이 재개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김씨는 “희귀난치성 질환자 뿐 아니라 중증질환자들은 병원 치료비도 많이 드는데, PCR 검사비용까지 내는 건 큰 부담이다. 정부 지원이 다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코로나19 관련 지원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해괴한 일”이라며 “환자와 보호자는 불합리한 이유로 PCR 검사를 받고자 하는 게 아니다. 수술‧입원을 위해서 수반되는 합리적인 의료 이용인데 병원에서 PCR 검사를 요구하면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선별 검사비용과 관련해 검사비를 급여화해서 직접 지원하거나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을 확대 운영하는 것을 선별검사가 중단 가능한 시점까지는 정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