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비상(非常)’이란 표현은 ‘뜻밖의 긴급한 사태’를 말합니다. 당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입니다. 이준석 당대표가 윤리위 징계로 인해 자리를 비웠고, 직무 대행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도 잦은 실수로 리더십이 휘청거리면서 현재 처한 긴급 상황을 타개하겠단 취지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있습니다. ‘비상상황’이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당 지도부인 최고위가 여전히 살아 있고 현 당헌당규상 비대위 전환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당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고, 최고위원들이 존재하는 만큼 기능이 상실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면서 비대위 전환 반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내서는 비대위 출범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반대 여론이 있지만, 결국은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 대다수의 생각입니다. 오는 5일 상임전국위가 열려 비상상황인지를 진단하고 맞다고 판단될 경우, 9일 전국위원회가 열려 비대위 전환이 사실상 결정됩니다.
국민의힘 윤리위로부터 6개월 당원권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안소현 기자 ‘임시’ 붙었지만, 당 최고 의결기구...비대위원장도 ‘당대표’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를 대신해 등장하는 비대위는 결국 임시 당 지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시’라는 명칭이 붙어 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엄연히 당의 최고 기구입니다. 또 비대위를 이끄는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인 셈입니다.
국민의힘에 앞서 비대위 체제를 유지 중인 민주당의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이달 28일 전당대회까지 한시적 임기를 지녔으나 현재 당대표입니다. 더 앞서 공동비대위원장이었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대표직을 수행했습니다.
‘관리형’ ‘혁신형’ 성격에 따라 영향력·임기 달라 ‘관리형’, 조기 전대 전 관리역할만...‘혁신형’, 쇄신 역할 주어져
비대위원회는 성격에 따라 혁신형, 관리형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번 비대위 전환 국면에서 등장할 비대위의 성격도 주목됩니다. 출범할 비대위의 성격에 대해선 여전히 ‘갑론을박’ 중입니다.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초단기 관리형’ 비대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당 혁신위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관리형’ 비대위가 되면 대분열을 초래한다면서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리형 비대위는 조기 전당대회를 위해 잠시 잘 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합니다. 당 최고 의결기구로서 기본적인 역할은 하지만, 새로운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무게의 중심이 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대위의 활동기간이 다소 짧습니다.
혁신형 비대위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혁신’이란 단어가 붙은 만큼 당의 쇄신이나 혁신하는 역할을 도맡아 합니다. 시기에 따라 임기는 다소 다르지만, 관리형 혁신위보다는 다소 긴 편이고, 권한이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큽니다. 이는 당초 예정된 정식 전당대회 전까지는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출범할 국민의힘 비대위가 ‘혁신형’이 될 경우에는 내년 6월 전당대회 전까지가 임기이고, ‘관리형’일 경우에는 그보다 더 빨리 임기가 마쳐집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안소현 기자 비대위원장,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 임명 이준석 ‘사고’, 현재 국민의힘 임명권자 ‘無’...전국위 열어 ‘유권해석’ 방침
그럼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은 어떻게 선출할까요?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명합니다. 또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합니다.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은 사고로 인해 당대표 공석 상태입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행을 맡고 있지만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으로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유권 해석 또는 당헌 개정을 통해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겠단 방침을 세웠습니다.
비대위 전환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고 최후에는 가처분 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향후 비대위 전환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해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