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전부터 ‘진통’…새출발기금 놓고 ‘설왕설래’

출범 전부터 ‘진통’…새출발기금 놓고 ‘설왕설래’

30조 규모 소상공인 지원프로그램…‘모럴 헤저드’ 우려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발 “지역신보 채무건전성 하락할 수 있어”
금융위 진땀 해명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다를 것 없다”

기사승인 2022-08-09 17:06:24
연합뉴스 제공

약 30조 규모로 추진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이 출범 전부터 논란에 휩쌓였다. 대출자들이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설정한 ‘최대 90% 감면’ 규정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채권을 매입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들은 부실화를 우려하면서 새출발기금의 정상 출범은 진흙탕 속에 빠진 모양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휴가에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번 업무보고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125조원 규모로 실시되는 ‘금융 민생안전 대책’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새출발기금’ 지원방안도 브리핑 사항에 포함됐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있는 채권을 금융회사에서 매입해 원금의 60~90%를 감면해 주고 최장 20년 동안 나눠서 갚도록 하는 3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를 말한다. 이 중 3조6000억원이 정부 예산으로 투입되고 은행 등 금융사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참여한다.

하지만 금융권을 비롯해 지자체 등 각지에서 새출발기금을 놓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먼저 은행에서 새출발기금의 ‘원금 탕감 비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 방안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은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대해서는 원금을 60~90% 감면해준다. 거치 기간은 최대 1~3년으로 장기·분할 상환(최대 10∼20년)에 대출금리도 인하한다. 또한 ‘부실 우려 차주’의 기준으로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 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자’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에서는 원금 탕감 비율이 너무 높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 채권의 원금 감면율을 50%로 낮추는 것을 제안했다. 또한 채무조정 대상자 연체일 기준을 10일 이상으로 하면 고의로 상환을 미뤄 채무조정을 신청할 위험이 있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금융사의 요주의 대상 차주 요건과 동일한 ‘30일 이상 90일 미만’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새출발기금은 기존 대출 상환을 열흘만 미뤄도 이자를 덜 갚고 금리도 크게 낮아지게 되는 구조로 돼 있다”며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 2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악용하고자 마음먹는다면 금융권으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장과 도지사로 구성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정부의 새출발기금 추진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명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시는 “(새출발기금을 추진하면) 지역 신용보증재단들이 부실 채권을 인수하게 돼 부채가 갑자기 증가한다”며 “오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이 부당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시도지사협의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새출발기금 출범에 부정적인 것은 이번 프로그램으로 인해 지역 신보재단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출발기금의 구조를 보면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차주가 은행에 채무를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섰던 지역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아줘야 한다. 지역 신보는 대신 소상공인에게 채무를 은행 대신 회수하게 된다.

여기에서 새출발기금이 도입될 경우 지역 신보는 캠코에 구상채권을 판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새출발기금이 지역 신보가 보유한 구상채권을 인수하는 경우 채권의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지역 신보들이 내부적으로 보는 적정 채권 판매가격은 부실 채권의 경우 34%, 부실 우려 채권의 경우 70%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캠코가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입해 온 부실채권의 연간 매입가율은 3.45~39.5% 수준으로 지역 신보는 새출발기금을 운영하는 캠코의 채권 매입가율을 12%로 예상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역 신보로서는 손실을 피하기 힘들다.

이같은 각계의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이 급히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새출발기금은 현행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이나 법원 개인회생 등과 동일하다”며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상황 및 정부재정지원을 고려해 원금·이자감면율을 일부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출발기금을 통한 원금감면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이뤄지고 소득·재산이 충분한 차주는 원금감면을 받을 수 없다”며 “원금감면율을 10~50%로 축소하자는 은행권 주장은 코로나 피해로 자금상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기존 제도보다 원금감면을 축소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