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기 연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1000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들이 이자부담으로 힘들어하고 직원들은 ‘고연봉’이라는 명목으로 임금동결이 된 사이 임원들만 금리상승기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원들이 수령한 성과급은 총 1083억원이었다.
이 중 성과급을 받은 임원은 총 1047명으로 ▲우리은행 455명 ▲신한은행 238명 ▲국민은행 218명 ▲하나은행 136명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성과급 지급 규모는 우리은행이 347억4000만원, 국민은행 299억원, 신한은행 254억원, 하나은행 183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8조8674억원을 기록했는데 개별 지주를 보면 ▲KB금융 5조4418억원 ▲신한 5조1317억원 ▲하나 4조1906억원 ▲우리 4조10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약 17%, 많게는 24% 가량 증가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의원실에 제공한 수치는 퇴직 임원에게 지급한 장기 성과급 등을 포함한 것으로, 이를 제하고 타행과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시 해당기간 동안 221명에게 176억원이 지급했으며, 최대 성과급은 2억9000만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임원들이 성과급 잔치 속 금융소비자들과 직원들은 외면받았다. 먼저 금융소비자들은 금리인상기 이자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가계대출 전체 총액은 699조 6521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며 평균 주담대(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의 대출금리는 4.04~4.78%로 4%대를 돌파했다.
또한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금리인하요구권도 이전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 KB국민, 우리, 하나, 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인하 요구권 접수는 총 88만2047건이었다. 이중 수용된 건은 23만4652건으로, 수용률은 26.6%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인상률을 두고 사용자(회사) 측과 접점을 갖지 못하고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산별중앙교섭 당시 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임금인상률로 0.9%를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 3월 6.1%를 제시했는데 이와 큰 차이가 있는 것. 금융권의 임금수준이 높고 미국의 금리 인상도 우려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노조는 신규채용 확대와 정년 연장 효과가 없는 임금피크제 개선,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해고간부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금융노조는 교섭 결렬에 따라 지난 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에 나선 뒤 중재가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금융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후 조합원들 과반이 파업에 찬성하면 금융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 금융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일은 오는 9월2일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